레시피, 역사, 체험그림으로 배우는 역사-삼강행실도 (2019년 2월호)

관리자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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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어른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만들어지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많이 보는 도서가 되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어른들이 보는 그림책이 있었다. <삼강행실도>는 그림과 글이 함께 들어 있어 글을 모르는 백성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세종대왕이 나라를 다스리던 1428년 진주에서 김화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일에 충격을 받은 세종대왕은 유학의 기본 이념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당시 집현전 학자였던 설순에게 <삼강행실도>를 만들게 했다.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 사건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우매한 백성과 시골 아낙까지 감화시켜라”라는 어명으로 만들어진 것이 <삼강행실도>다. 이 책은 앞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뒤에 한문으로 된 설명과 시가 쓰여 있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림을 넣어 문맹인 백성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삼강행실도>의 내용은 충, 효, 열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가와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녀, 살아있는 남편과 죽은 남편에게까지 절개를 지키는 열녀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그림으로 보여주며 체험적인 감동을 주어 백성들을 교화시키려고 했다. 조선의 이야기도 있지만 중국의 이야기를 담아 많은 사례를 기록했다. 불사이군(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의 내용과 효도를 강조하는 글, 열녀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효를 강조하는 이야기 중 ‘곽거’의 이야기가 유명하다. 곽거는 노모를 모시며 아들과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손자를 위해 남겨주는 것을 보며 곽거는 어머니를 잘 모시기 위해 살아 있는 아들을 땅에 묻어 죽이기로 한다. 산에 올라가 아들을 묻으려고 땅을 파는데 그 속에서 금은보화가 나오며 곽거의 효도에 감동해 하늘이 주는 상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아들을 죽이지 않고 어머니를 잘 모셨다는 이야기다. 

 열녀 중에는 ‘영녀’ 이야기가 유명하다. 남편이 죽고 혼자 되자 친정에서 자신을 재혼 시킬 것을 걱정하며 머리와 귀를 자르고 코까지 자르며 죽은 남편에 대해 절개를 지켰다고 한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열녀의 모습을 강조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알기 쉽도록 그림책으로 만든 <삼강행실도>를 당시 사람들이 많이 읽었을까 궁금하다. 그림이 목판화로 만들어지고, 시간 구성에 따라 여러 가지 상황이 하나의 쪽에 들어가 있다 보니 설명해주지 않으면 그림의 내용을알기 어려웠다는 설이 있다.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것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삼강행실도>가 그렇지 않다면 좋은 그림책이 아닐까? 오늘날처럼 인쇄기술이 좋지 않은 조선 전기 상황에서는 최선의 그림책이 만들어졌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처음 본 백성들은 매우 놀라웠을 것이다. 처음 보는 그림책에 많은 백성들이 빠져들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