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독서교육명문가정의 독서교육-톨스토이 가(家) (2019년 10월호)

강현철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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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다름 아닌 일기 쓰기 습관이었다. 톨스토이는 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톨스토이는 의지가 약했고 약점이 많았다. 그가 가장 듣기 싫어한 말도 “의지가 약하다”는 소리였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약점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첫째, 결단성이 없다. 둘째, 자기 자신을 속인다. 셋째, 조급하게 생각한다. 넷째,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다섯째, 마음이 잘 변한다. 여섯째, 이치에 어둡다. 일곱째, 모방을 한다. 여덟째, 성격이 밝지 못하다. 아홉째, 거짓말을 한다.”

 톨스토이는 “의지가 약하다”는 말이 듣기 싫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했다. 톨스토이는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온갖 번민과 인간적 고통을 껴안으며 싸웠고 결국 일기 쓰기를 통해 차츰 이겨낼 힘을 얻었다. 그는 또 다른 일기에서, “언제든지 소리를 내서 큰 소리로 책을 읽을 것”이라고 적어놓고 실천했다. 발표력을 향상시키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요즘에는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발표를 잘해야 능력 있는 인재로 평가받는다.

 34세에 결혼한 톨스토이는 13명의 자녀 중에서 9남매가 생존했는데 자녀들은 일기 쓰는 아버지를 본받아 경쟁적으로 일기를 썼다.

 일기 쓰기와 함께 톨스토이의 대반전을 이끈 다른 하나는 독서의 힘이다. 톨스토이를 대문호로 만든 것은 책 한 권이다. 어릴 때부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그는 바깥에서 뛰어놀기보다 책을 파고들었고, 그 속에서 인생의 등불이 될 스승을 만났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였다. 루소 역시 흉한 외모 때문에 괴로워했고 톨스토이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었다. 그런 루소에게 톨스토이는 ‘동일시 감정’을 느꼈다.

 톨스토이는 청소년 시절에는 루소의 《에밀》과 《고백록》에 빠져들었다. 때로는 콤플렉스가 위대한 에너지의 모태가 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위대한 콤플렉스’라고 한다. 로맹 롤랑의 《톨스토이 평전》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루소 덕분에 그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가 쓴 최초의 철학 논문도 루소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루소의 《에밀》과 《고백록》은 내 가슴 깊숙이 감동을 준다. 마치 내 자신이 쓴 것과 같다”고 일기에 썼다. “나는 루소를 숭배하여 그의 모습이 새겨진 메달을 우상처럼 목에 걸고 다녔다”고도 썼다.

 또한 톨스토이는 “괴테를 읽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일기에 적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다른 어떤 예술로도 나타낼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상의 시”라고 말했다. 그는 헤르만 헤세가 말한 것처럼 셰익스피어와 함께 괴테를 절대적으로 존경했다. 또한 호머의 《일리아스》와 성서를 똑같은 감동으로 읽었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는 책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 순간만큼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은 슬픔과 이로 인한 불행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톨스토이는 푸쉬킨이 쓴 《나폴레옹》을 읽어주던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렸다. 동시에 아버지가 즐겨 들려주던 러시아의 전래동화와 영웅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찾아 읽었다. 이때 읽은 전래동화는 훗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명작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톨스토이는 자녀에게 자상한 아버지였다. 소설을 쓸 때만큼은 작업실에 아이들이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막았지만 아이들과 놀 때는 동화를 즐겨 들려주었다. 그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일곱 개의 오이>는 톨스토이 자녀들의 일기나 회고록에 꼭 등장한다. 이 동화는 한 사내가 오이를 손으로 부러뜨려 먹는다는 이야기인데, 톨스토이는 오이를 부러뜨리는 장면과 먹는 장면을 흉내 내면서 아주 사실적으로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톨스토이가 몸으로 흉내를 낼 때마다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또한 아침마다 소설을 쓰기 전에 반드시 아이들과 함께 체조를 했다.

톨스토이는 루소를 인생의 ‘역할모델’이자 멘토로 삼으면서 작가, 사상가, 교육가로 재탄생했다. 《에밀》의 자양분을 먹고 더 위대한 작품들을 쓸 수 있었다. 그가 읽은 《에밀》은 그의 어머니가 읽은 책이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명문가를 만든 것은 일기와 같은 사소한 습관의 힘과 한 권의 책에서 비롯한 독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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