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독서교육명문가정의 독서교육-김굉필 가(家) (2019년 9월호)

강현철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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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인간됨이 훌륭하다는 평을 듣는 학생은 대체로 자세나 차림새가 좋다. 이런 학생은 생활에서도 정리정돈을 잘하고 자기방 청소도 잘한다. 대체로 공부도 잘 한다. 《소학》은 바로 생활에서 지켜야 할 기본 덕목들을 가르친다. 《소학》에서는 이를 ‘쇄소응대(灑掃應對)’라고 말한다. 쇄소응대란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부름이나 물음에 상냥하게 응대하는 것을 말한다. 《소학》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조선 중기 율곡 이이가 집필한 《격몽요결》에서도 부모에 대한 효와 자식의 도리,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이러한 덕목을 세대를 이어 가르치고 실천해오면서 명문가가 된 집안이 바로 김굉필 가문이다.

 김굉필 가의 독서교육 비결은 먼저 기본을 익히는 독서법이다. 인간에 대한 모든 기본이 들어 있는 《소학》을 중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굉필은 “글공부를 하여도 천기를 알지 못하였더니 《소학》에서 어제까지의 잘못을 깨달았구나. 이로부터 정성껏 자식 도리 다하련.”라고 시를 쓰기도 했다. 이처럼 《소학》은 거창한 학문이나 이론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하는 윤리와 행동에 대해 일러준다. 김굉필 가의 두 번째 독서비법은 읽은 대로 실천하는 생활실천형 독서다.

 또한 김굉필은 기본 공부, 인성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학》을 공부의 시작이자 으뜸이라고 주장한다. “소학 공부는 모든 학문의 입문이요 기초이며 출발로, 인간 교육에 있어서 절대적인 원리가 된다.”라며 그 자신이 소학 공부에 매진했다. 김굉필 가의 세번째 독서비법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성 공부를 강조한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는 기본 또는 기초가 중요하다. 영어단어를 외우지 않은 채 아무리 독해문제를 훑어봐도 실력은 오르지 않는다. 먼저 단어와 어휘력을 쌓으면서 접근해야 한다. 또한 문법을 이해하지 않은 채 독해문제를 풀 수 없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 공부에도 순서가 있었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소학-대학-논어-맹자-중용-시경-예경-서경-역경(주역)-춘추 순으로 읽을 것을 권유한다. 김굉필은 스승의 권유에 따라 ‘《소학》 10년 독서’에 이어 본격적으로 《대학》 등 상위 학문을 공부하는 단계적인 독서법을 따랐다. 이를 ‘하학상달(下學上達)’ 공부법이라고 하는데, 이를 김굉필 가의 네 번째 독서비법으로 꼽을 수 있다. 김굉필은 당시 성인이 되면 거들떠보지 않았던 《소학》으로 기초를 확실히 다진 후에 본격적으로 《대학》등을 공부하면서 학문의 정도를 깨우쳤다.

 집터를 제대로 다진 후 초석을 놓아야 하듯이 공부도 기초가 중요하다. 김굉필 가는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 됨됨이, 즉 인성을 중시했다. 인성 공부의 시작은 자기 방과 집 안 청소와 정리정돈, 즉 쇄소응대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런 독서법으로 조선시대 최초로 ‘동국 18현’에 올랐다. 한훤당 김굉필은 조선시대 ‘도학(성리학)의 원조’로 불린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집중적인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말콤 글로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이른바 ‘10년법칙(The 10-year rule)’을 소개했다. 10년법칙이란 어느 분야에서 최고수가 되려면 하루에 평균 3시간씩, 총 1만 시간의 몰입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굉필은 21살부터 《소학》을 무려 10년 동안 반복해서 읽고 학문의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데 현대에 이르러 규명된 이른바 ‘10년법칙’을 500년 앞서 실천했던 셈이다.

 도쓰카 다카마사가 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라는 책을 보면 평생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48가지 공통점으로 ‘기본의 힘’을 꼽는다.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 승강기에서 남을 먼저 내리게 하는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또 퇴근하기 전에 5분 정도 투자해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는 모습 등이 외국어 능력보다 더 업무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이게 바로 《소학》에서 말하는 쇄소응대이다.

 우리 사회는 너나없이 기본으로 돌아가 그 기본을 실천해야 한다. 그게 자신을 위하는 길이자 우리 모두가 이기는 길이 아닐까. 김굉필 가에서 배울 수 있는 자녀교육법은 무엇보다 ‘기본의 중요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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