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되는 칭찬도 있다?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칭찬의 법칙 6가지 (2020년 10월호)

한우리
2020-09-28
조회수 202



칭찬을 하면 진짜 고래가 춤을 출까?

 EBS에서 방영한 <학교란 무엇인가 - 6부 칭찬의 역효과>에서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잘한다, 똑똑하구나, 최고야” 등의 일상적 칭

찬이 왜 문제가 되는지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그중 세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아요.


실험① 낱말카드 실험 - “머리가 좋구나”의 결과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낱말카드를 외우게 한 뒤 칠판에 기억나는 대로 적도록 했습니다. A그룹 아이들에게는

“머리가 좋구나, 똑똑하구나” 등의 칭찬을 해줍니다. B그룹 아이들에게는 “짧은 시간인데도 노력을 많이 했구나”처럼 노력을 인정하는

말만 해주지요. 아이들이 한창 칠판에 낱말을 적는 중에 선생님이 정답카드를 책상에 두고 잠깐 자리를 비웁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했을

까요? 칭찬을 받은 A그룹 아이들의 70%가 선생님 몰래 카드를 들춰봤습니다. 자신이 칭찬받은 것처럼 똑똑하지 않으면 굴욕적이라고

생각해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똑똑하게 보이려고 한 것이에요. 반대로 B그룹 중에는 부정행위를 한 아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실험② 야채 주스 실험 - ‘칭찬 스티커’ 효과 그 후는?

 이번에는 야채 주스를 싫어하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A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야채 주스를 마시면 칭찬 스티커를 주고

B유치원 아이들에게는 별다른 보상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칭찬 덕분인지 A유치원 아이들은 B유치원 아이들보다 야채 주스를 열심히 마

셨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진행한 후, A유치원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 없이 야채 주스를 먹게 했습니다. 칭찬이 사라지자 A유치원 아

이들은 스티커를 받을 때 마시던 양의 절반 정도의 주스만 마셨습니다. 그런데 보상 없이 야채 주스를 마셨던 B유치원 아이들은 처음에

비하면 훨씬 많은 양의 주스를 마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건 바로 B유치원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야채 주스를 마시며 야

채 주스의 맛을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실험③ 책 읽기 실험 - ‘칭찬 스티커’는 책을 많이 읽게 할까?

 초등학교 2학년 10명이 도서관에 모였습니다. 책장에는 유치원 수준의 책 150권,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책 150권이 있습니다. 아이들

에게 100분 동안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주기로 하고 책을 읽게 했습니다. 그러자 두 명만 빼고 나머지 아이들은 스티

커를 더 많이 받으려고 책을 대충 읽었습니다. 1분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아이도 있었죠. 자신이 읽을 수 있는 수준보다 쉬운 책

을 선택하는 비율도 높아 아이들이 읽은 책 중 89%가 유아 수준의 책이었습니다. 책을 대충 많이 읽는 것보다 정독하며 즐겁게 읽는 것

이 훨씬 중요함에도 아이들의 책 읽기는 스티커를 얻기 위한 보상 수단이 됐습니다. 즐거움을 얻거나 성장의 가능성은 배제된 채 깊이 없

는 읽기, 빨리 끝내는 게 목적인 책 읽기가 된 것이에요.


부모가 알아야 할 칭찬의 법칙

 흔히 좋은 부모가 되려면 칭찬을 자주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위 실험에서 보듯 어떤 칭찬은 독이 됩니다. 아이가 잘 자라주기를 바라며

칭찬을 하지만 어떤 칭찬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아무리 잘 듣는 약이라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듯, 칭

찬도 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할 칭찬의 법칙은 어떤 것들일까요?


 앞에서 소개한 EBS 실험의 예는 결과를 칭찬할 때의 부작용을 보여줍니다. 결과에만 집중하여 칭찬을 하면 아이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좌절

감을 느끼거나 자칫 좋은 결과를 위해 과정을 무시하게 됩니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새롭거나 어려운 과제에 대한 도전은

포기하고 쉬운 과제를 선택합니다. 또 타인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겨 타인의 눈치를 보고,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소홀히 다루게

됩니다.

 “잘했어” 혹은 “못했어”는 결과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자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게 하려면 결과보다 과

정을 칭찬해주세요. “1등을 했구나! 잘했어”라는 말보다 “노는 시간을 줄이면서 공부하더니 좋은 결과를 얻었구나”라고 해주세요. 노력

을 칭찬받으며 자란 아이는 노력만큼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스스로 다시 노력합니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위기를 헤쳐나가는 지혜

를 발휘합니다.


 “편식도 안 하고 착하구나” “장난감 정리도 잘하고 천사네”라는 표현은 행위가 아닌 인격을 칭찬하는 말로 바람직한 칭찬이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편식 안 하는 것=착한 아이” “정리 잘하는 것=천사”도 아니죠. 아이는 먹기 싫은 음식이 있기도 하고, 안 착할 때도 있기에

이런 칭찬은 부담스럽습니다. 칭찬에 부응하려고 솔직한 자기 모습보다 거짓된 모습을 보이게 합니다. 칭찬할 때는 “골고루 잘 먹으니

건강해지겠는걸” “장난감이 제자리에 있으니 깨끗하구나”처럼 아이의 행동을 표현하면서 내용은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만약 칭찬의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꾸미지 말고 관찰한 것을 말해주세요. 아이의 그림을 보며 “지붕을 파란색으로 칠했구나”라고 말

하는 것이죠. 이어서 “파란색 좋아하니?” 등의 대화로 아이의 진심을 탐색하면 좋습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있는 그대로 존중 받는 것 자체

가 칭찬이기 때문에 평가가 담기지 않은 인정의 말은 칭찬의 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은 1등을 했거나 상을 받는 등 거창하고 특별한 일을 칭찬합니다. 대신 일상의 많은 것을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으로 여깁

니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것은 어른의 주관적인 기준일 뿐, 아이에게는 어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친구와 사이 좋게 지내기, 자신의 감

정을 잘 조절하기, 책을 꾸준히 읽기, 숙제를 먼저 하고 놀기 등 그 연령대에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여기는 많은 것이 사실은 하나하나 대

단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칭찬해주세요. 이때 부모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삼으세요. 중학생이라

면 혼자 옷 입는 게 쉽지만, 유아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우와, 혼자서 단추도 잘 채웠네”라는 말은 중학생에게는 놀리는 말이지만, 유아에

게는 칭찬이 되는 말입니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5학년에게 3~4학년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을 읽는 것은 칭찬해줄 일이죠.


 부모는 자녀가 조금 더 잘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아쉬운 점을 지적하곤 하는데요. 칭찬 후 비난이 섞인 말은 아이에게 칭찬받았다

는 느낌보다 잘못한 점을 비난받았다는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아이에게 아쉬운 점이 있어 고쳤으면 하는 말을 하고 싶더라도 꾹 참

으세요. 칭찬할 때는 온전히 칭찬의 말만 해주세요.

 특히 아이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은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반발심을 일으킵니다. 만약 아이의 부족함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엄마로서의 걱정과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해주세요. 이때 막연하게 “잘해라”라고 말하기

보다는 “수학은 오답 노트도 적으며 열심히 하더니 성적이 올랐구나. 문학의 주제 찾기가 어려웠다면 인물의 성격과 겪은 사건의 의

미를 다시 파악해볼까?”처럼 더 나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칭찬의 유용함을 아는 부모는 어떻게든 칭찬을 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사 칭찬만 하면 아이는 “우리 엄마 아빠는 원

래 그래”라고 생각해 부모의 말을 무의미하게 듣습니다. 칭찬의 신빙성만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자만심을 갖게 합니다. 어

떤 부모는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달리기를 잘하는구나”라고 어긋난 칭찬을 하며 아이의 기를 세워주고 긍정적으로

봐준다고 착각합니다. 칭찬을 맹신하고 왜곡하는 것이지요.

 칭찬의 다른 말은 ‘인내심’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EBS 실험 2는 아이들이 주스의 맛을 좋아하게 될 때까지 기다려준 효과를 보여

줍니다. 쉬운 칭찬으로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관심과 믿음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부모의 기다림은 아

이에게 좌절과 극복이라는 값진 경험을 주고, 무언가를 스스로 좋아할 충분한 시간과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사실과 다른 거창한 칭찬은 역효과가 납니다. 그림을 못 그려 속상한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훌륭한 화가가 되겠는 걸”이라고 칭

찬한다면 아이에게 그 말은 진심으로 와닿지 않겠죠. 칭찬이 과할수록 아이는 상대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칭찬에 대한 부담과 실

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집니다.

 사실을 구체적으로 칭찬해주세요. 구체적으로 칭찬하려면 아이의 말이나 행동, 생각 등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합니다. “예쁘

다”가 아니라 “오늘 입은 셔츠가 발랄해 보이네”로, “그림이 멋지다”가 아니라 “나뭇잎이 진짜 팔랑거리는 것 같구나”로, “잘 먹는

구나”가 아니라 “야채를 골고루 먹었구나”처럼 칭찬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세요. 그래야 아이에게 칭찬의 진심과 진정성이 제대

로 전달되고, 아이도 자신이 무엇 때문에 칭찬받는지 알게 됩니다.


 칭찬은 아이의 작은 행동이나 말, 생각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입니다. 내가 발견한 칭찬을 어느 순간에 환한 빛을 아이에게 비춰주

는 일이에요. 이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관심과 긍정의 눈으로 보며 칭찬할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적절한 칭찬의 말을 만드는 연습도 필요하죠. 좋은 칭찬은 아이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가능성을 키워줍니다. 오늘 아이를 위한 좋

은 칭찬의 말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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