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습의 기초는 국어, 탄탄한 국어 실력을 위한 독서 시작하기 (2020년 9월호)

한우리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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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잘해야 영어와 수학도 잘한다


 “국어는 기본 실력으로 시험 보는 과목 아닌가요?”

 부모님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부모님을 만나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아직도 국어 실력이 아이의 공부, 나아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고 계시는 분이 많다는 겁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초등 공부의 중심에 반드시 국어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설

명해드립니다.

 먼저, 초등 시기의 국어 공부는 아이의 평생 언어능력과 사고 인지 능력을 결정합니다. 두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두뇌의 부위가 초등학

교 때까지 활발하게 발달하기에 이 시기에 얼마나 풍부한 국어 활동을 했는지가 아이의 평생 언어능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전과 달

리 국어 지문의 수준이 높아지고 교과서 외 내용이 출제되며 새로운 문제 유형도 나오면서 요즘 국어는 기존의 교과서 중심의 공부만으로

는 한계가 있습니다. 영어나 수학 역시 문제나 어휘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문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 힘들어하는 학생이 많습

니다. 엄밀히 말해 영어와 수학을 잘하려면 국어를 잘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실상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영어와 수학은 열심히 지도하는 반면, 국어까지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

다. 국어는 모국어고 어차피 나중에 다 알게 된다며 가벼이 여기지요. 이제 국어의 위상이 부모님 세대 때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모국어

라 쉽게 이해하고 풀 수 있었던 국어 문제가 어려워졌습니다. 쉽사리 실력이 쌓이지 않는 만큼 기초 체력을 길러두지 않으면 수학과 영어

에 집중해야 할 때 발목을 잡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일정 점수만 넘기면 되지만, 국어는 한 문제만 틀려도 지

원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집니다. 심지어는 국어가 모든 과목을 무너뜨리고 입시 성패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주변 선생님들에게서 ‘웃기고도 슬픈’ 일화를 종종 듣습니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모 선생님은 수업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국

어’라고 합니다. 영어는 잘하는데 국어를 못하는 아이가 많아서 영어 선생님이 영어 때문이 아니라 국어 때문에 고생하는 것인데요. 한번

은 교과서 지문에 ‘Consider’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단어의 뜻을 물어보니 ‘고려하다’라고 잘 답했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려는데 몇몇 아이들이 웅성댔습니다. “선생님, ‘고려하다’가 무슨 뜻이에요?” 선생님은 말문이 턱 막혔답니다. 중학교 2학년이나 되

는 아이들이 ‘고려하다’라는 우리말의 뜻을 모른다니 충격이었던 거죠. 게다가 ‘Consider’의 뜻이 ‘고려하다’인 건 아는데 ‘고려한다’는 게

뭔지를 모르다니요.

 비단 영어뿐만이 아닙니다. 국어 실력의 중요성은 수학에서도 드러납니다. 국어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간단한 문장제 수학 문

제를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몇 번이나 처음으로 돌아가 문제를 다시 읽는 행동을 반복하고 나서야 머릿속에 문제가 요구하는 연산 식

을 떠올리지요. 풀고 나서 답안지를 읽을 때도 다른 친구에 비해 몇 배 시간이 더 걸리고요.

 현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입시에서는 전국의 단 4% 학생만이 1등급에 든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요. 다시 말하면 96%의 학생들, 즉 대부

분의 학생이 국어, 수학, 탐구 과목 등 상대평가 과목에서 1등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바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모두가 학교

에서 ‘아주 잘함’이라는 성취도를 받지만, 수능에서는 대부분 나머지 96%에서 서로 경쟁하지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어 뿌리’가 있습니다.



국어 뿌리를 내리는 5단계 방법


 “그럼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수능 문제집을 풀게 해야 하나요?”

 혹시 이 설명을 이렇게 이해하신 부모님은 없으시죠? 수능 국어를 무조건 일찍 시작하면 된다는 게 아닙니다. 국어 실력은 단기간에 오

르는 것이 아니기에 서두르기보다는 아이 수준에 맞춰 단계별로 꾸준히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초등 시기 국어 공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독서를 폭넓게 해주어야 합니다. 학년별로 참고하면 좋을 국어 공

부법을 알려드릴게요.


 초등학교 1~2학년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취학 전의 국어 경험을 발전시켜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초 읽기·쓰기 능력을

갖추고, 말과 글, 독서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학습 목표입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책을 정확한 발음으로 올바르게 읽고, 한글맞춤법

에 따라 올바르게 쓰며, 하고 싶은 말을 다양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시기에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부모님이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아직 홀로 책 읽기가 서투른 아이에게 최대한

표준발음법에 맞는 정확한 방법으로 읽어주는 것이 올바른 국어 습관을 다지는 초석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개인적으로 독서할 때는 책

을 소리 내서 읽는 일이 드뭅니다. 때문에 생각보다 우리말 발음이 어렵다고 느끼는 부모이 많습니다. 그럴 때는 주어와 서술어, 쉼표와 마

침표 등 띄어 읽어야 할 곳은 충분히 띄어 읽어서 듣는 아이가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발음이 헷갈리는 단어를 만난다면

정확한 발음을 확인하고 읽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초등학교 3~4학년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생활 중심의 친숙한 국어 활동을 바탕으로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본 국어 능

력을 갖추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의사소통 태도를 생활화하는 것이 학습 목표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이에 따라 단어

와 문장 단위에서 벗어나 장단문을 접하며 시, 소설, 회의록, 주장문, 독후감 등 다양한 글을 경험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의

성어와 의태어 등 초등 저학년이 배우는 어휘에서 벗어나 다양한 어휘를 폭넓게 익혀야 합니다.

 또한 저학년 때 부모와 함께 책 읽기에 흥미를 갖게 된 아이들은 점차 독서의 양을 늘려나가는 시기입니다. 이야기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이야기책을, 학습만화에 빠진 아이는 학습만화 시리즈를 스스로 용돈을 모아 사서 볼 정도입니다. 성장이 빠른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세계

를 형성해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고 해서 지켜만 보면 안 됩니다. 흥미를 갖는 영역 외의 책을 추천하는

등 아이가 더 다양한 글을 읽게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이야기책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어떤 것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정보를

정리한 교양도서도 있음을 알려주세요. 다양하게 읽는다면 그 어린이는 다양한 분야의 감수성과 지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공동체·문화 중심의 확장된 국어 활동을 바탕으로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국어

교과의 기초 지식과 역량을 갖추고, 국어의 가치와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학습 목표입니다. 이에 따라 글이나 책을 올바르

게 읽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요약해서 말하고 글로 요약해 정리하며 요약을 토대로 한 추론과 주장하는 능력을 갖추는 학습

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독서 역시 깊이 파고드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가 읽을 때 술술 읽히고 문장과 문맥의 의미를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는 책보

다는, 조금은 끙끙거리면서 읽어야 하는 책을 보아야 합니다. 전자는 동화책이나 학습만화에 해당되며, 후자는 한국문학이나 세계문

학 전집 등이 해당됩니다. 6학년 정도가 되면 부모님이 보기에 국어가 잡힌 아이라면 경제나 법, 철학 분야의 책을 읽을 것을 권합니다.

이후 수능 국어에서 가장 고생하는 영역이 비문학 독서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와 관련된 도서를 읽으며 차근차근 접하는 게 좋습니다.

청소년용으로 쉽게 푼 교양서나 학습만화로 시작해 점차 읽기 난이도가 높은 책으로 옮겨주세요. 처음에는 힘들어해도 국어 뿌리가

잡힌 아이라면 금세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낼 것입니다.


 중학교 1~3학년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글의 목적, 맥락, 주제, 유형 등을 고려한 다양한 읽기 활동을 바탕으로 국어 교과

의 기본 지식과 교과 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국어 활동과 공동체의 국어 문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학

습 목표입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국어 활동을 반복 연습함으로써 자신의 수준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국어 시험에 적

응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교과서에 체계적인 문법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난이도가 훌쩍 올라가는데, 중학교 3년 동안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모두 찾아서 읽고 외우도록 권합니다. 여러 곳에서 출간되는 국어 교과서를 모두 살펴보면서 다양한 시를 읽고 외우는 겁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작품 수를 늘려나간다면, 수능 국어를 대비하는 것과 동시에 기본적인 언어 사고력과 독해력도 확보돼 국어 문제를

풀 때 더욱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고등학교 1~3학년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 올바른 읽기와 쓰기, 말하기 실력을 닦고 중학년 때 다양하게 읽으며 어

휘를 늘렸으며, 고학년 때 깊게 읽고 요약하기를 성실히 연마한 뒤 중학교 내내 문법과 비문학 독서를 심화한 아이라면, 고등학생이

되어 국어 체력이 아주 튼튼히 뿌리내렸을 겁니다. 어떤 글을 만나든, 무슨 과목의 문제집을 풀든 튼튼한 뿌리가 지탱해주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공부를 잘했을 테지요. 그리고 훌륭한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본 모의고사에서도 높은 국

어 성적을 받았을 겁니다. 바른 독서를 통해 획득한 언어 사고력과 독해력, 이해력, 추론 능력이 바탕이 되어 새로운 지식을 무리 없이

받아들였겠지요. 그뿐만 아니라 배경지식을 넓히기 위해 읽었던 다양한 책과 읽을거리로 상식이 풍부해져서 지식 간의 통합적 사고도

잘 이루어졌을 겁니다.

 중3까지 완성한 국어 체력이 엄청난 자신감을 가져다주었으니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목표를 두고, 조금 더 심화된 비문학 독

서를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글까지 출제가 될까?’ 싶은 정도로 어려운 글도 읽고 문제를 풀어보며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을 배포를

키웁니다. 사실 비문학 독서 영역에 출제되는 지문은 글의 분야가 무엇이든지 내용의 깊이가 아주 깊지는 않아서 배경지식 없어도 읽

어나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국어 뿌리가 잘 갖춰진 학생이면 처음 본 내용이라도 그 간의 훈련을 통해 충분히 읽고 문제를 풀 수 있을

겁니다.



 똑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국어 뿌리를 깊이 단단하게 내리면 어김

없이 꽃이 피고 공부의 열매가 열립니다. 그리고 탄탄한 국어 실력의 시작은 초등 시기 때부터 실천하는 독서가 마중물이 됩니다. 지

금부터 시작한다면 여러분의 자녀는 충분히 튼튼한 국어 뿌리를 지닌 아이로 자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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