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방법, 먼저 잘 읽고 말하기 (2020년 7월호)

한우리
2020-06-30
조회수 461



책을 싫어하는 아이, 왜 그럴까?

 “아이가 읽기는 좋아하는데 쓰기는 너무 싫어해요.”

 “재미있게 읽었다는데, 뭐가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그냥 다’라고만 해요.”

 “책을 너무 빨리 봐요. 제대로 읽은 걸까요?”

 상담이나 강연을 나가면 빼놓지 않고 듣는 말들입니다. 아이가 책을 읽는 만큼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부

모님들의 주된 고민이지요.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초조한 마음에 글쓰기, 특히 독서기록장 쓰기를 

채근하게 됩니다. 부모님들도 기억나시지 않나요? 학교나 집에서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던 때를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

다. 즐겁게 책을 읽었더라도 글로 쓰라고 하면 갑자기 알았던 것도 희미해지고 막막해합니다. 이 일이 반복되면 책을 좋아하던 아이조차 책과 

멀어지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저는 이런 부모님들에게 먼저 책을 읽고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책을 읽은 아이가 가장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말

하기’를 할 수 있도록 독서 환경을 만들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이지요. 글쓰기가 어려워 주저했던 아이도 말을 해본 뒤에 그것을 

글로 쓰라고 하면 신이 나서 쓰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곧바로 글로 옮긴 아이와 책을 읽고 생각을 말로 정리한 뒤 그것

을 글로 한 번 더 정리한 아이, 어느 쪽 아이가 책을 더 다채롭게 감상한 것일까요? 독서의 진짜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 아이의 독서 교육, ‘말하기’가 중요한 이유

 ‘말하기’는 살아가는 데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기술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의 표현 능력, 소통 능력, 지적 수준,

인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아이가 말하기를 제대로 익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말하기를 제대로 익힌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단순히 말하기를 좋아하고 많이 하는 것, 기발하거나 어른스러운 표현을 잘 쓰는 것

은 ‘말을 잘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한 말로 표현할 수 있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하는 것이 진짜 아이가 배워

야 할 자질과 태도입니다. 그리고 책읽기가 바로 그것을 도와줍니다.


‘책 읽고 말하기’의 3가지 장점

아이의 지적 성장을 도와줘요!

 책에는 다른 매체와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많지요. 책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간접경험을 통해 인간관계를 비롯한 세상

사를 알게 하며 교훈을 줍니다. 한 마디로 책은 지적인 매체입니다. 이 말은 독자도 책을 읽음으로써 지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책 읽고 말하기’를 통해 아이는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말하기가 일종의 연습 도구가 되는 것이지요. 말하기를 통해 아이는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됩니다. 또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아챌 수 있지요. 이것이 ‘메타 인지 능력’입

니다. 메타 인지 능력이 높은 아이들은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학업성취도가 높습니다. 바로 ‘책 읽고 말하기’가 아이의 메타 인지 능력을 

키워줍니다.

책과 아이가 친해져요!

 책은 아이가 직접 고르거나 아이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어른이 추천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고르고 읽은 책이 아이의 마음에 쏙 들었거

나, 읽던 중에 궁금한 것이 생겼거나, 보탤 말이 있거나 하면 아이는 재잘재잘 이야기를 풀어 놓지요.

 “이 책 너무 재미있었어요. 앞부분만 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다 읽었어요.”

 “여기에서 주인공이 한 말이 이해가 안 돼요.”

 “둘 중에 이게 더 재미있었어요. 2권도 있으면 읽어 볼래요.”

 대개는 쏟아내는 말들이라 두서없지만 이런 말에는 생기가 있고 솔직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라면 아이는 몇 분이고

말할 수 있거든요. 덩달아 책 읽기가 즐거워집니다. 하나의 지적인 활동을 마무리하는 보람도 느낄 수 있지요. 말하기를 통해 아이는 자기 방식

으로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는 법을 깨치고, 즐거움과 보람을 느낌으로써 다음 독서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표현력이 풍부해져 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돼요!

 책을 읽고 말하면 그 책에서 사용된 어휘와 개념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말일지라도 맥락에 맞게 사용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지요. 그림책을 읽으면 아이의 창의력이 향상됩니다. 읽고 나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자신만의 방법으로 색다르게 표현해 내기도 하

지요. 다음 그림은 『태양을 그리다(브루노 무나리 글과 그림, 두성북스)』를 읽고 아람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책을 읽고 창작자의 입장

이 되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아울러 자신의 창의성도 발휘한 그림이지요.

 동시를 읽으면 압축적으로 쓰인 언어의 힘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시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과 분위기를 말하며 자연스럽게 표현력을 기를 

수 있게 되지요. 동화를 읽고 줄거리를 말하면 핵심을 간추리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찾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좋은 표

현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고요. 지식책을 읽으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이를 전달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지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연습이 절로 되는 것이지요.

 단지 아는 낱말이 많다고 해서 말하기에 알맹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쓰인 예를 많이 보고, 말해보고, 또 비슷하게 써보기를 반복

해야 자기만의 내용과 형식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책, 읽고 어떻게 말할까?

 말하기는 독후활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도, 책을 읽으면서도 할 수 있지요. 책 읽고 말하기의 중요성은 이제 아실 것 같습

니 다만 이를 실전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감이 잘 안 오시지요? 책에는 다양한 갈래가 있습니다. 그중 크게 그림책, 동시집, 동화책, 지식

책 등이 아이가 접할 수 있는 갈래입니다. 지금부터는 이 중에서도 동화책과 지식책을 가지고, 책 읽고 말하는 실전 방법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생각을 키우는 동화책 말하기

 동화책을 읽고 말하는 연습을 하면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동화책을 읽고 줄거리를 말해보면 내용을 잘 이해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첫째 줄거리를 말해요. 동화는 이야기 문학이기 때문에 줄거리가 중요하지요. 세세한 것까지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

였는지 파악하고 중요한 내용을 짚어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줄거리를 잘 요약하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동화책을 읽고 난 뒤 자주 등장했

던 핵심 단어를 써보게 하세요. 가짓수를 정해주면 더 좋습니다. 그 다음 이 단어들을 엮어 말을 만들어 봅니다. 이때 부모님은 문장을 끊어서 

말할 수 있게 유도하고, 줄거리를 구성하기 쉽도록 사용할 단어의 순서를 정해주면 됩니다.

‘이야기산’으로 줄거리를 정리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이가 읽은 것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순으로 이야기를 나눠서 정리할 수 있도

록 도와주세요. 단어가 어렵다면 이야기산 그림을 보여주고 간단히 메모하게 한 뒤에 보면서 줄거리를 말해보게 하면 됩니다. 이야기산을 활

용하면 이야기가 어떻게 짜여졌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인물에 대해 말해요. 삐삐, 하이디, 앤, 피노키오 등 동화책의 특징 중 하나는 ‘매력적인 등장인물’입니다. 작가는 사건을 통해 주제

를 전달하고, 사건은 등장인물에 의해 전개됩니다. 그래서 동화의 인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때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누구

니?”,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을 질문한다면 아이가 인물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또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다양한 말들을 함께 찾아보세요. ‘당당하다 / 꼼꼼하다 / 자유롭다 / 고집이 세다’ 등이 그 예입니다.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가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다면 “풀어서 말해도 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말로 해도 돼. 함께 찾아보자”라고

격려해주세요. 그밖에 인물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을 찾아보고 함께 읽거나, 인물의 성격이 변하는 부분이나 사건을 찾아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셋째 시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을 찾아 말해요. 동화에서 배경은 인물이 활동하고 사건이 펼쳐지는, 특별하고 구체적인 시공간입니

다. 때로는 배경 자체가 상징적이며 주제와도 연결되지요. 『별을 헤아리며(로이스 로리 글, 조혜원 그림, 양철북)』는 1940년대 나치가 덴마

크를 점령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런 책은 사전 지식이 없어도 읽을 수는 있지만 배경을 알고 읽으면 몰입도가 달라지지요. 감동도 커

집니다. 배경을 드러내는 대목을 찾아 읽고 아이와 함께 느낀점을 나눠보세요.

 넷째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말해요. 책에서 만난 작가의 생각에 비추어 자기 생각을 정리해볼 시간입니다. 독자는 언제나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아이도 그렇게 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꼭 기발한 생각이 아니어도 됩니다.

 예를 들어 고전 명작을 읽고 나서 현재의 시각으로 직접 이야기를 바꿔볼 수 있지요. 오래 전에 쓰인 동화를 보면 현재와는 다른 생각으로

결론을 낸 것들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훌륭한 결말이었더라도 지금에 와서 보면 잘못된 결말을 낸 셈이지요. 현재의 눈으로 아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결말을 들어보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덧붙일 수도 있어요. “제 생각은

달라요”라며 책의 주제와 반하는 의견을 낼 수도 있고요. 아이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환영할 일이지요. 우선 아이가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한 뒤에 다른 생각의 근거를 말해보게 하세요. 그런 다음 그 의견을 지지해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워. 나도 더 생각

해볼게.” 하고 결론을 열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메타 인지 능력을 키우는 지식책 말하기

 앞으로 4차 산업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는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수많은 정보를 평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법, 편견과 반쪽 진실을 확인하는 법, 비판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알려줘야 하지요. 그리고 이것은 지식책

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새로 알게 된 것이나 생각한 것을 말해보면 아이가 갖고 있는 지식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무엇을 알고 무

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배움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더 깊은 지적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메타 인지 능력’입니다.

첫째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말해요. “알긴 아는데 설명을 못하겠어요.” 무엇을 물었을 때 아이들이 종종 하는 말이지요. 하지만 정작 이

야기를 들어보면 모를 때가 많습니다. 아는데 설명을 못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설명을 못했던 거지요. 결국 말을 해야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있고 또 배울 수 있습니다. 어렴풋이 알던 것도 그것에 대해 말하다보면 지식이 또렷해지기도 합니다. 말하다가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면 다시 들춰봐도 좋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설명을 마친 단어나 문구에 표시를 해두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곧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

으니 효과적이지요.

둘째 지식과 나를 연결해 말해요. 하울이라는 친구는 이야기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좋아하면서 지식책은 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이

유를 물으니 “그거 공부하는 거 아니에요?” 합니다. 하울이의 꿈을 물어보니 ‘요리 평론가’라고 해서 함께 세계의 음식을 구경해보자고 했습

니다. 『지구촌 문화 여행(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키, 다니엘 미지엘린스키 글과 그림, 그린북)』은 각국 지도에 문화적 특징과 특산물, 음식

등을 그려 넣은 책입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는 책에 나온 음식을 다 먹어봐야겠다며 즐거워했지요. 더불어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를 자연

스럽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이렇듯 책에서 배운 지식과 아이의 일상을 연결하면 독서가 더 풍요로워집니다.


읽기, 말하기 다음 단계는 글쓰기다

 저는 무작정 쓰기를 시키기보다는 우선 ‘잘 읽히도록’ 쓰는 것에 초점을 두면서 글쓰기를 지도합니다. 어휘를 정확하게 쓰는 것, 문장을

짧게 쓰는 것, 글의 구조를 생각하는 것 등이지요. 다음은 글쓰기를 지도할 때 제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들입니다. 이 원칙들을 기억하면

서 글쓰기를 지도한다면 아이가 책 읽기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쓰기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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