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공부의 미래 (2020년 6월호)

한우리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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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

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적응능력과 학습능력이지요.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생명체는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니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사람은 가장 뛰어난 적응능력을 가진 덕분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지구의 지배자가 됐습니다. 사람의 적응능력은 카멜레온이나 복어처럼 겉모습을 바꾸는 방식이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을 인식하

고 변화의 본질을 파악해 학습하는 능력입니다.

 공부는 항상 미래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그런데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은 미래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앨빈 토플러는

1974년 저서 <내일을 위한 공부>(국내 미출간)에서 미래를 대비한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남아메리카 내륙의 호수 유역에서 살

아온 원시부족의 예화입니다. 대대로 호수에서 살아온 이 부족은 젊은이들에게 카누 만드는 법과 고기 잡는 법 등 소중하게 전승되어온 지식

과 기술을 가르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호수로 유입되는 강의 상류에 거대한 댐이 건설되면서 호수가 말라버립니다. 부족이 전수

해온 생계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고 전통과 문화는 모두 사라질 운명에 처합니다. 토플러가 묻습니다. “호수가 말라버리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해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공부를 항해에 비유하자면, 지난 시절에는 등대와 별자리, 나침반을 의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항해였습니다. 이제는 길잡이 자체가 사라

진 망망대해이고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의 항해입니다. 미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공부는 무엇일까요?


 인공지능 자동번역이 있는 세상에서 외국어를 배워야 할까요? 외국어 실력은 미래에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과 평가

하는 방법, 학습의 목적이 달라질 뿐입니다. 평소에 쓸 일이 거의 없는 어려운 단어를 외우고 이를 평가하는 시험은 곧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

다고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판입니다.

 첫째,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능력을 두뇌에 내장하고 있느냐, 컴퓨터와 번역 앱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하느냐는 중대한 실력 차이로 연결

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화로 외국어의 활용 범위와 쓸모는 갈수록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자동번역 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늘 도구를 꺼내 의존하면서 그 말의 핵심 정보만을 전달받는 경우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생생하게 느끼는

대화는 완전히 다릅니다.

 둘째, 외국어는 다른 문화와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입니다.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안다는 것은, 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이 아닌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방식의 사고구조와 문화를 알게 되고, 더 다양한 생각과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외국

어를 배운다는 것은 인식과 경험을 확대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는 자막 번역가 달시 파켓의 역할도 컸습

니다. 가짜 졸업장을 만든 딸의 실력을 보고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라고 말하던 송강호의 대사를 영어자막에선 서울대를 ‘옥스퍼드대’로 바꿨

습니다. 인공지능과 달리 사람은 그 말이 쓰이는 문화를 이해하기 때문이지요.

 셋째, 기계번역 시대에도 번역의 결과물을 판단하는 외국어 실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번역에 ‘피리 부는 사나이’를 입력

하면 ‘Piribu is a man’이라고 번역됩니다. 기계번역은 여러 개의 번역을 제시하는데, 최종적으로 어떤 번역을 선택할지는 우리의 몫입니다.

‘Piribu is a man’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는 미래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코딩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불안도 높습니다. 2018학년도부터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디지털

과 인공지능의 언어와 구조를 파악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코딩 교육을 의무화한 배경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쪽 주장도 팽팽합니다. 코딩 기술 역시 부침을 겪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견해이지요. 데이터를 

분석하고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일은 점점 기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OECD 교육국장은 “코딩 교육은 시간 낭비”라며 “지금 세 살 먹은 아

이에게 코딩을 가르치는데 그 애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코딩이 무엇인지 기억도 못할 것이며 코딩 기술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딩, 배워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첫째, 개정 교육과정에 코딩을 포함시킨 목적은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효

율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지요.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진짜 목적은 코딩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둘째, 코딩 교육을 직업적 관점에서, 예컨대 전문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바라보기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에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쌓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은 배워야 합니다. 다만, 코딩을 배우는 목적이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주체가

되어 즐겁게 배우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네 살 때 얼마나 참을성이 있는지를 보면, 미래에 그 아이가 성공적 삶을 살아갈지 아닐지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심리 실험 ‘마시멜로 테스트’를 압축한 말입니다. 얼마나 진실에 부합할까요? 1960년대의 마시멜로 실험은 널리 알려졌지만, 2, 3차 실험은 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20년 뒤 조건을 약간 바꿔서 다시 마시멜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1차 테스트 때와 모든 것이 동일하지만, 연구자가 아이 앞을

떠나면서 책상에 놓인 마시멜로 그릇에 뚜껑을 덮어두는 행위를 추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차 때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먹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평균 6분이었는데, 2차 때는 11분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릇에 뚜껑을 덮는 일만으로도 인내심을 상당한 정도로 키울 수 있음을 알

려준 연구입니다.

 2012년 로체스터대학 연구진은 4세 아이 28명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눠 3차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컵 꾸미기를 할 거

라고 알려주고 A그룹에겐 약속을 지키고, B 그룹에겐 약속을 지키지 않은 뒤 마시멜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신뢰 환경의 아이(A)들은 평균

12분을 기다렸고, 14명 중 9명은 15분이 지날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습니다. 비신뢰 환경의 아이(B)들은 평균 3분을 기다렸고, 15분까

지 기다린 아이는 14명 중 1명뿐이었습니다. 신뢰를 경험한 실험집단의 아이들은 1차 테스트 때의 평균 기다린 시간 6분보다 2배, 비신뢰 집단

의 3분보다는 무려 4배나 더 오래 기다리는 참을성을 보인 겁니다.

 성격과 재능처럼 인내력에도 천성과 기질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교육은 서로 다른 기질과 성격을 타고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도록 가르치고 돕는 과정입니다. 마시멜로 2, 3차 테스트는 우리가 왜 교육을 해야 하는지, 부모와 사회가 어

떠한 환경을 자녀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중요한 통찰을 제시해줍니다.

 고전적인 마시멜로 1차 테스트는 더 큰 목표를 추구하면서 욕구충족을 미룰 줄 아는 능력이 장기적인 성취에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려줍니

다. 마시멜로 2, 3차 테스트는 만족지연 능력이 사람마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뚜껑 덮기나 어른의 약속 이행 같은 구체적 방법으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만족지연 능력은 그 자체로 교육 효과를 높일 뿐더러 교육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시대는 교육과 학습의 혁신이 비단 학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빠르

게 단축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고교·대학 등 인생의 특정 기간에 배운 내용으로 버틸 수 없습니다. 정보사회는 과거와 달리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지식과 정보가 지속생산되는 사회이고, 방대한 규모의 지식 생산은 정보의 유효기간을 단축시킵니다.

 하버드대의 복잡계 물리학자 새뮤얼 아브스만은 저서 <지식의 반감기>에서 “갈수록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진다”며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변화하는 지식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미래 교육을 위해서 무엇을 마련해야 할까요? 먼저, 미래세대가 살아갈 정보사회의 속성과 그 사회에서 살아

가기 위해 인간이 기계와 차별화될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학습능력을 갖추려

면 무엇보다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인터넷 속에 세상 모든 지식과 정보는 넘치도록 있습니다. 이용

하는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신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가장 지식이 풍부하고 현명한 사람은 아니지요. 호기심을 가진 사람만

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나서고 목적대로 이용합니다. 또 무한한 정보 중에서 무엇이 믿을 만하고 중요한지를 판별해해는 능력이 중요합

니다. 정보감식안 또는 비판적 사고력이라고 말하는 능력이지요.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력은 지식정보 사회에서 모든 사람에게 무엇보

다 필수적인 핵심 능력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두 능력을 배울 수 있을까요?

 바로 독서입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충만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고 말했습니다.

 책읽기, 토론, 글쓰기는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인터넷의 인기검색어나 선정적 뉴스와 사진을 이용하는

것도 호기심에서 출발하지요. 하지만 학습에 필요한 지적 호기심은 정보를 매개로 깊은 생각으로 이끌어주는 독서를 통해서 비로소 활

성화됩니다. 호기심을 갖고 읽어나가면 자연히 비판적 사고를 배우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비판적 사고와 차원 높은 논리적 사고를

훈련하고 익힐 수 없습니다. 많이 생각하고 또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첫 단계인데, 이는 독서에서 출발합니다.

 스크린을 통한 읽기는 한눈에 종합적인 정보를 파악하기에는 좋지만, 해당 콘텐츠에 드러나지 않은 함의를 파악하거나 깊은 성찰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독서를 통해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것은 책에 담긴 특정한 정보와 저자의 관점이 아닙니다. 독서 행위는 저자의 텍

스트를 계기로 읽는 사람이 기존의 생각보다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책 읽기를 ‘저자와 나누는

대화’라고 말합니다.

 책 읽기는 스크린을 통한 이미지와 동영상 시청과 달리 여백이 많은 행위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종이책 읽기는 동영상 재

생 속도를 따르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 저마다의 속도로 진행되고, 때로는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뇌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독서는 주어진 정보를 뛰어넘어 아름답고 무한히 많은 사고를 창조하게 해준다”고 말합니

다. 책은 풍부한 정보와 공감을 경험하게 하는데다, 이를 넘어 읽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가동시키는 도구입니다. 인터넷 문서는 영상

이나 댓글, 관련자료에 링크할 수 있지만, 독서는 사색과 성찰로 연결되는 행위입니다.

 독서는 책에 쓰여 있는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고도의 능력이 요구되는 정신적 작업입니다. 영상을 보거나 말을 하는 것과 달리 글

을 읽는 행위는 독자가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정신적 긴장이 필요한 일입니다. 얼굴 보고 말을 들을 때보다 집중력이 필요

하기 때문에 인지적 피로를 느끼지만, 그만큼 뇌에 깊이 저장됩니다. 독서력을 갖춘다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용히 이야기

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을 읽고 잘 이해하는 사람은 관련 내용이나 배경 지식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아는 만큼 보고 이해

하는 것은 독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서는 종합적이고 누적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평생 책을 읽어온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

람보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잘 이해합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하고 읽어나가는 능력이 평생 무엇보다 중요한 지적 능력이 되는 이

유입니다.

 열정적 독서가인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습관이다”라

고 말합니다. 버락 오바마, 손정의,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앨빈 토플러 등 많은 저명인사가 성공비결로 독서를 꼽습니다.

 베이컨이 강조한 독서와 토론, 글쓰기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적 활동입니다. 독서를 통해 비로소 생각할 거리를 만나게 되고 머

릿속으로 저자, 그리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토론과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은 자신의 지식을 정리하고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점

검하는 과정입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불러와 새롭게 구성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비판적 사유가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에도 책 읽기와 토론하기, 글쓰기가 기본 지식 습득과 함께 비판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용한

방법입니다. 더욱이 스크린을 통한 훑어보기가 늘어나고 독서와 깊이 생각하기가 줄어드는 현상은 미래에 책 읽는 능력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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