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먼저 좋은 습관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 2가지 (2020년 5월호)

한우리
2020-04-29
조회수 746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큰딸은 2016년 5월부터 습관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4년 가까이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아이가 습관을 시작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무래도 시간 관리입니다. 아이는 매주 일요일 다음 주 일주일 동안 지킬 <습관 계획표>를 스스로 작성하는데요. 이 계획표에는 무슨 요일 몇 시에 어떤 습관을 실천할지를 기록하고 그 계획에 따라서 일주일 동안 습관을 실천합니다. 부모로서 아이가 습관을 시작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공부해라, 책 읽어라, 책상 정리해라 등등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아이는 본인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며 습관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이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동생의 습관까지 관리해 주고 있습니다.이러한 과정을 저의 두 번째 책 <우리아이 작은습관>에 고스란히 담았고, 온 가족이 습관을 실천하는 모습이 <SBS 스페셜>에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 딸은 세 살 때 싱가포르에 살게 되면서 모국어를 배우기도 전에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유치원에 방치되었고 그 결과 언어 혼란 증세를 겪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저는 버럭 화만 내는 무서운 아빠였습니다. 집안 공기는 늘 무겁고 불안했습니다. 얽키고설킨 가족 간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것은 아빠인 제가 습관을 시작하면서입니다. 제가 습관을 실천하니 큰딸이 따라 하기 시작했고 이후 작은딸과 아내도 좋은 습관을 실천하면서 우리 가족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부모의 잔소리로는 아이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몸으로 가르치니 따르고, 말로 가르치니 따지더라.’ 후한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뜨끔한 말이네요. 요즘 아이들은 특히 더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몸으로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말로만 훈육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만나는 어른은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학원 선생님이 전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어른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매일 “공부해라, 숙제는 했니? 공부 안 할 거면 일찍 자라!”처럼 같은 소리만 반복하는 녹음기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은 “오늘은 학원 안 가도 돼, 더 자!”같은 말들입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반복되는 어른의 잔소리에는 흥미를 갖지 않고 귀담아 듣지도 않습니다. 만약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드라마 재방송을 보고 온라인 쇼핑만 하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이는 대뜸 ‘엄마도 책 안 보면서 나한테만 보라고 한다’며투덜거릴 것입니다. 엄마의 성화에 마지못해 책 읽는 시늉은 할 수 있지만 독서의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을 기대하기란 어렵겠지요.

 낯선 부모가 된다는 것

 그럼 어떻게 해야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을까요? 바로 낯선 부모가 되는 것입니다.

 낯선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들 눈에 부모가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엄마가 책을 거꾸로 들고서라도 일부러 읽는 시늉을 한다든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매트를 깔고 요가 1분을 한다든지, 아빠가 팔굽혀펴기 1회만이라도 아이들 앞에서 직접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런 작은 행동 변화를 낯설게 느낄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모의 행동에 흥미를 갖게되고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할 것입니다. 후한서의 ‘몸으로 가르치니 따르더라’라는 말이 우리 가족에게도 적용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처음 습관을 시작한 날

 회사라는 조직생활 속에서 업무적 스트레스와 상사와의 갈등은 제 어깨를 짓눌렀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과 담배 그리고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하루를 탕진하며 살았습니다. 퇴근 후에 놀아 달라는 아이들에게 “아빠 피곤하니까 귀찮게 좀 하지 마!”라고 버럭 소리만 지르는 무서운 아빠였습니다. 주말에는 TV 보고 잠만 자느라 3년 동안 읽은 책이 단 한 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게으름과 나태함, 무기력과 자포자기의 삶을 살아가던 2016년 어느 날, 저의 망가져 가는 모습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아내는 저와 상의한마디 없이 몰래 자기개발 프로그램에 제 이름으로 신청하였고 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매주 선정 도서 한 권을 읽고 다른 참가자와 토론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리고 4주째 선정 도서였던 습관에 관한 책을 읽고 제 삶은 180도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책을 읽고 감동 받은 문장을 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운명적인 2016년 5월 6일이 되었습니다. 당시 여덟 살이던 큰딸이 제가 필사하는 낯선 행동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아빠처럼 예쁜 노트를 만들고 싶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트 한 권을 가져오더니 물었습니다. “아빠, ‘제자’가 무슨 뜻이야?” 딸아이가 읽던 책에 나온 단어인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대답해 주지 않고 딸에게 되물었습니다. “네 생각에는 무슨 뜻일 것 같아?” “음, 그 사람의 말에 따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 사전을 같이 찾아볼까?” 딸은 사전에서 ‘제자’의 뜻을 찾은 후 자기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깔로 강조 표시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그 이후 딸아이는 모르는 단어를 발견할 때마다 ‘노트 선생님~’을 외치며 아빠를 찾았고, 사전을 찾아보고, 노트에 메모를 했습니다. 놀랍게도,딸의 메모 습관은 3개월 뒤에는 3개의 습관으로 늘어났고, 4개월 뒤에는 6개의 습관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3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저와 함께 습관을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 회복 때문입니다.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부모가 지시하는 공부나 정리정돈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부모를 존경하고 좋아해야 부모의 지시를 따르게 됩니다. 특히 사춘기에는 그 강도가 약하게 오든 강하게 오든 아이들은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신적 독립을 합니다. 정신적으로 크든 작든 어려운 사춘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열쇠는 부모와의 관계입니다.

회복 탄력성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어떤 실패나 역경을 겪은 뒤 다시 회복하는 힘을 뜻합니다. 장기적인 연구 분석 중에 놀라운 예외 –불행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학업 성적을 이루어 냄 -를 보여준 72명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요. 그것은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사람이 최소한 1명 이상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72명의 아이들은 그 지지자를 통해 회복 탄력성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지지자의 범위는 다양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랑으로 양육하는 엄마, 또는 가족 구성원뿐만 아니라 선생님, 친절한 이웃, 친한 친구 등 자신을 지지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다시 딛고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먼저 좋은 습관을 실천하면서 낯선 행동을 하면 아이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습관을 실천하다 보면 무너진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아이와 함께 습관을 시작하고 싶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미국의 한 설문조사 기관(통계브레인조사연구소)에 따르면 새해결심을 한 사람 중 92%가 실패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매번 넘어진곳에서 다시 넘어질까요? 그 이유는 뜨거운 열정과 의지력만 믿고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의 뜨거운 열정이 1년 365일내내 그 온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됩니다. 그래서 올바른 습관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습관전략 (SWAP 기법)

 저는 지금까지 3년 넘게 어른을 위한 <습관홈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만 550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습관을 실천하는 동안 성공과 실패를 거치면서 새로운 습관 전략을 만들었는데요. 이 전략을 ‘SWAP(Select-Write-Assessment-Payback) 기법’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어른 습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지혜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아이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에도 적용하여 7개월 동안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SWAP 기법은 4단계로 구성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첫째, 습관 목록 정하기(Select)입니다. 아이들의 습관은 아주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10분 안에 1가지 습관을 실천할 만큼 작게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5개 쓰기, 줄넘기 50번 하기, 책상 물건 정리하기처럼 말이지요. 만약 부모의 욕심을 반영해 수학 10페이지 풀기, 영어 공부 1시간 하기처럼 정하면 아이가 중도에 포기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작은 습관을 시작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둘째, 습관을 매일 실천하고 기록(Write)하세요. 아이가 매일 스스로 정한 시간에 습관을 실천한 다음, 그 결과를 기록하도록 지도하면 됩니다. 일주일 습관 계획표를 만들어도 좋고, 습관 달력에 표시해도 좋습니다. 습관 계획표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빈 공책에 일주일 날짜를 적고 습관 목록을 적은 다음 성공하면 동그라미(O) 표시를 하고, 실패했으면 가위(X) 표시를 하면 됩니다. 아래 일주일 습관 계획표는 제 딸이 처음 습관을 기록하기 시작했던 2016년 8월 1주 차 양식인데요. 이렇게 투박하더라도 기록해 나가는 것이 습관 지속의 비결입니다.

 습관 달력도 훌륭한 기록 수단입니다. 아래 사진은 <아이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의 습관 달력입니다. 습관 목록을 정한 후 매일 실천하고 성공했으면 숫자 스티커를 붙이고, 실패한 날에는 빨간색 스티커를 붙여서 한눈에 아이가 습관을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 부모님이 아이의 습관 결과를 평가(Assessment)해 주세요. 일주일 동안 아이들이 기록한 습관 결과를 살펴본 다음 피드백을 해주면 됩니다. 왜 습관 실천에 실패한 날이 생기는지 파악할 수 있고, 실패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습관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점을 칭찬해야 합니다. ‘이 정도로 칭찬 받을 만한 일인가?’라고 의아해 할 정도로 과하게 칭찬해 주면서 아이와 주기적으로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아래 사진은 제 딸의 58주 차 습관 계획표인데요. 제가 하단에 피드백을 남긴 내용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책 읽으며 모르는 단어에 동그라미(O) 표시 꼭 하자’라고 조언해주고, ‘이론 수업이 지겨웠구나?’같이 아이의 힘들었던 점을 공감해 주는 피드백도 남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보상(Payback)을 해주세요.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 특히 습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이 당연히 지루합니다. 신호 반복 보상이라는 습관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보상이라는 윤활유를 계속 공급해 주어야 습관 엔진이 마모되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왜 부모가 먼저 좋은 습관을 실천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아이와 함께 습관을 시작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겠지요. 우리 삶에 적용하지 않는 지식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여러분도 아이와 함께 작은 습관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앞에서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처음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 큰딸이 저의 메모 습관 한 가지를 따라 한 것처럼, 하루 10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습관을 1개 정해서 실천하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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