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자녀의 마음 성장을 돕는 그림책 독서법 (2019년 10월호)

강현철
2019-10-01
조회수 135


그림책에서 나를 만나다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자 마치 처음부터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육아에 몰입했다. 모든 시간은 아이를 위해 사용했고, 가정경제에

서 가장 큰 비중도 아이의 양육 및 교육과 관련된 것으로 채워졌다.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 참 잘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너 

왜 울어?》 라는 그림책을 보게 되었고, 기분이 몹시 상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그림책이 내 마음에 무슨 일을 한 걸까?’ 궁금해졌다. 다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기분대로 아이를 대하고, 명령하고, 비아냥거리고, 함부로 말하고, 협박도 서슴지 않는 미성숙한 

한 엄마를 만났다. 그 모습은 1%의 여지도 없는 나 자신이었다. 이것이 그림책을 통해 나 자신을 직면한 첫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림책은 학습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20여 년간 독서 논술 선생님을 했고, 영재를 키

운 엄마였기에 대한민국에서 발간되는 좋다는 책은 다 구해서 읽었고 또 아이에게도 읽혔다. 오랜 시간 책 속에서 지식을 얻었고 그 지식으로 

삶의 순간 순간 만나는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날씨가 변하고 계절이 바뀌듯 삶에도 혹한의 겨울이 찾아오고, 땡볕이 내

리쬐는 여름이 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 계절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아이와 함께 읽던 그림책을 다시 펼쳤다.



사려깊은 친구가 되어준 그림책

 

 그림책은 아주 조용히 정말 부드럽게, 호통치지 않고, 윽박지르지 않으면서 숨 쉬듯 가만가만 위로했다. 그림책은 사려 깊은 친구가 되

어 지난 시간 외면했던 마음과 만날 수 있게 안내해주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내로, 엄마로 살아내는 동안 인정받고 싶고,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와 남편의 마음은 물론 내 마음조차 돌보지 못하고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만 했던 나를 만났다. 이후 그림책은 마음속 내

면아이를 다독이며 사랑으로 키울 수 있게 해주었고, 보다 건강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엄마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게 좋은 친구가 되

어주었다.

 엄마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엄마마음성장학교>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참여자들은 첫 시간 아이들의 문제점을 수도 없이 토

로한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으나 잘 되지 않는 것에 불안하고, 화도 난다. 그런데 한 권 한 권 그림책 읽기를 하다 보면 엄마들은 그 안에서 위

로받고, 성장한다. 엄마가 가진 결핍의 경험을 모르는 척 내면 깊은 곳에 얼려두면 그대로 남아 아이에게 전해진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경험은 사랑받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쓰게 만든다. 그리고 자녀에게도 

그와 같은 노력과 애씀을 기대한다. 있는 그대로 소중하고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좀처럼 어렵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어른이 되기까지 가장 필요한 것은 주양육자의 사랑과 돌봄이다. 아기는 따뜻한 돌봄과 사랑을 통해 세상이 믿을 만

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여긴다. 좋은 관계 속에서 충분한 관심과 지지를 받은 아이는 세상 속으로 용감하게 나아간다. 실수하고 부족한 면이 있

지만 그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안정된 관계를 경험한 아이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아이는 성장함에 따라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도 많아지고 책임질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그렇게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 아이는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랑하

고 존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는 각자가 원하는 사랑의 모양과 양이 다르다. 엄마와 아이가 주고받는 몸짓이 서로 다를 경우, 그들

은 수없이 애쓰지만 결국 단 한 번의 공감과 애착을 경험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기도 한다. 한 번도 온전히 안겨본 기억이 없기에 누군가를 안

기도 어렵고, 누군가에게 안기기는 더욱 어렵다. 이들에게 공감은 너무나 추상적인 단어로 느껴진다. 말과 지식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드시 몸으로 경험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해보는 경험. 그를 온몸으로 안아보는 경험, 때론 내가 안

겨보는 경험, 이런 단순한 몸짓을 허용하고 기꺼이 할 수 있을 때, 공감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림책에서 배우는 사랑과 공감

 제즈 앨버로우의 《안아 줘!》는 관계 맺기와 공감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아 줘”와 “안았네” 두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보보’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기 원숭이다. 혼자서 신나게 숲속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보보가 얼마

나 엄마의 따뜻한 사랑과 안정감 있는 돌봄을 받으며 자랐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보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커다란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가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가가 “안았네”라고 말한다. 그리고 코끼리에게 겁

도 없이 다가가 “안아 줘”라고 말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보보를 머리 위에 태우고 초원을 걸어간다. 그

곳에서 표범과 기린, 하마 가족이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보보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듯 큰 소리로 “안아 줘!” 하고 소리친다. 그러나 보보

가 아무리 울어도 동물 친구들은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저 바라볼 뿐 보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때 멀리서 보보의 울음소

리를 듣고 엄마 원숭이가 달려온다. 보보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엄마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엄마와 보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

한 표정을 지으며 꼬옥 안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물 친구들은 보보가 절규하며 말한 “안아 줘”가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

로를 안아준다.

 어쩌면 아이가 부모에게 심통을 부리고 말썽을 피우면서 “엄마, 미워!”라고 하는 말 속에는 “엄마, 안아 줘”라는 마음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엄

마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했을 때 비로소 아이와 공감할 수 있다. 엄마라는 역할에 사로잡혀서 지금 아이가 원하고, 엄마 스스로

도 원하는 것을 외면한 채 세상에서 정해놓은 과제와 문제를 해결하는 삶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절대로 아이의 외침을 들을 수 없다.

 “엄마, 미워!”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보자.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도록 한 근원, 엄마가 없으면 단 한순

간도 살아갈 수 없음을 분명히 알면서도 “엄마, 미워!”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아이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동물 친구들이 울고 있는 보

보를 바라보고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정말로 원하는 것을 줄 수는 없었다.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와 학습은 누군가 대신 해결해줄 수 있다. 그러

나 엄마만이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몸짓이 있다. 바로 아이를 사랑과 존중의 눈으로 바라보고 안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안겨본 경험도 안아본 경험도 많지 않기에 아이가 바라는 사랑과 관심을 온전히 전해주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들과 만나는 시간에 안아주기를 직접 해보게 한다. 낯선 두 사람이 짝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고 인사를 나눈다. 어색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침묵 속에서 상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눈을 바라보며 잠깐 동안 인사를 나눈 것뿐인데 마주 앉은 이의 마음이 전해지

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한 발 다가가 두 팔을 활짝 벌려 보보 엄마와 보보가 안듯이 서로를 꼬옥 안아본다. 대부분 어

색한 나머지 웃으며 토닥토닥 하고 안는다. 토닥토닥 안은 후에는 쓰담쓰담 안는 느낌을 비교하게 한다. 그리고 1분간 아무 말도 몸짓도 하지 

않고 서로를 꼬옥 안아본다. 많은 엄마들이 그저 누군가를 안은 것뿐인데 가슴이 뭉클해져 울어버린다.

 엄마는 아이가 똘똘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던히도 애를 쓰며 엄마표 교육을 실천하지만, 아이와 애착에 문제가 생기고 급기야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으로 사랑을 왜곡해 표현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엄마, 미워!”라고 외치는 아이의 말 속에 꽁꽁 감춰져 있는 “엄

마, 나를 좀 안아 줘. 내 마음 좀 알아 줘”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엄마 자신의 내면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도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자녀의 마음 성장을 돕는

그림책 독서법

 아이와 함께 읽던 그림책을 펼쳐 마음으로 읽어 보기를 권한다. 가장 좋은 그림책 독서법은 읽을 때마다 마음에 느껴지는 그대로를 따라가는 

것이다. 질문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질문은 책을 읽는 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문장이다. 특별히 그림책의 주인공을 보며 ‘에구, 나도 저런 면

이 있었지’ 하고 동일시하며 읽는다면 더 깊은 감정의 정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지금 삶에 필요한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읽은 그

림책을 자녀와 함께 읽으면 자녀의 나이와 상관 없이 깊은 연결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림책은 토닥토닥, 쓰담쓰담, 꼬옥 필요한 순간 원하는 방

식으로 안아주고 위로해준다. 엄마의 마음이 건강할 때 아이는 햇살 아래 꽃처럼 나무처럼 타고난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자란다.

 끝으로 엄마 마음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그림책 큐레이션을 소개한다. 남편, 아이와 함께 읽으며 마음에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을 나눠보자. 이

런 시간을 통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감정을 깊이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란다. 또 책 속

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면 삶을 바라보는 건강한 가치관을 갖게 되고, 지금 여기의 삶을 충실히 살게 된다. 서

로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한 시간은 가슴 속에 저장되어 살아가는 동안 두고두고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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