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기회다, 초등 방학 처방전 (2019년 8월호)

강현철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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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1. 작심삼일 방학 계획표, 꼭 세워야 할까?

 계획을 짠다고 해서 모두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계획을 세우는 시간 자체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노력 자체가 현실과 이상 사이를 좁혀 주는 방법이다. 나는 방학 며칠 전부터 아이들에게 방학 계획을 세워 보게 한다. 단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다음의 방법으로 방학 계획표를 세우고 있다.

1단계  보충해야 할 것 생각해 보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학습, 건강, 예체능을 골고루 살펴, 어떤 점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 생각한다.

2단계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균형 맞추기

 아이와 함께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 본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는 책임으로 해야 할 것을 하게 한다. 해야 할 것은 학습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며, 하고 싶은 것은 경험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학습과 경험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3단계  마인드맵 형식의 계획표 만들기

① 나만의 방학에 제목을 붙인다.

② 방학의 주제 가지들을 만든다. (놀이, 여행, 학습, 독서, 습관, 운동 등)

③ 그 가지에 실천 내용을 적는다. (장소, 시간, 분량,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도록)

④ 예쁜 색도화지에 옮긴다.

     이때 반드시 부모의 코칭이 필요하다. 혼내거나 잔소리하지 않고 “어떤 게 부족하다고 생각해? 시간을 좀 늘려 볼까? 대신 이걸 하게

     해줄게.”와 같이 아이와 합의를 이끌어 나간다.

4단계  방학 계획표 하루 단위로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3단계에서 세운 구체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매일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만든다. 그리고 매일 게임에서 아웃시켜 나가듯이 지워 나가도록 한다.

 아이가 계획을 세우면 부모는 확인을 해야 한다. 아이 혼자 계획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할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해 주면서 꾸준히 노력하도록 도와준다. 위의 방법은 예시일 뿐이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생각해서 실천해 보길 바란다.


고민 2. 캠프나 어학연수 보내야 할까?

- 해외에서 한 달, 아이 실력이 정말 늘까?

 외국에 나가서 장기간 살지 않는 이상 단기 어학연수나 영어 캠프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한국에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한 아이들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의 체험은 영어 실력을 확인하는 기회지 늘리는 기회는 아니다. 수많은 영어 문장 구조와 어휘에 익숙해져서 그것을 사용해보고, 문화를 체험하고 경험을 늘리는 차원에서 가는 목적이라면 좋다. 그게 아니라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무리해서 해외 영어 캠프를 보내는 것보다 국내 영어 캠프를 먼저 경험해보거나 영어책을 한 권 더 읽는 게 도움이 된다.

- 국내 캠프를 보낼 때 고려할 점

 첫째, 캠프 보내는 목적을 분명히 한다. 아이에게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하는 것인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넓혀 주려고 하는 것인지 등 말이다. 그리고 아이의 성향을 꼭 살펴야 한다. 내성적인 아이는 캠프가 힘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아이의 발달 단계와 관심 분야를 고려해야 한다. 저학년은 자연을 느끼는 캠프가 좋다. 학년이 어릴수록 지도 교사 한 명당 담당 인원이 많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 다음 학년의 사회나 과학 교과서를 살펴보고 경제 관련 내용이 나오면 경제 캠프, 역사 관련 내용이 나오면 역사 캠프, 과학에서 지구과학 내용이 나오면 천문 캠프 등으로 학습과 연계해서 가보는 것도 좋다. 또 아이가 특히 흥미로워하는 분야가 있으면 캠프를 통해 보다 깊게 탐구하고 체험해 보는 것도 좋다.

 기업이나 각 시교육청, 동네 도서관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캠프와 프로그램도 많으니 아이와 상의해 참여해 보자. 엄마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체험 프로그램을 자주 올려주는 블로그 등에 종종 좋은 정보가 소개되니 참조하자.

 학교에서도 영어나 과학 캠프 등을 진행한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정도 진행되는 캠프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좋다. 하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공부가 목적이라면 책 읽는 시간의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국내 영어 캠프를 선택할 때는 영어 학습 전문 기관인지, 강사진은 어떤지, 교육 프로그램이나 식단은 어떤지 꼼꼼히 확인한다. 무엇보다 엄마의 필요나 욕심에 선택한 캠프는 아닌지 다시 한 번 고려해보자.


고민 3. 수학 선행 학습은 얼마나 해야 할까? 예습할까, 복습할까?

 선행 학습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신념과 기준 없는 선행 학습은 조심해야 한다. 선행 학습의 기준은 아이여야 한다. 아이에 따라 선행 학습의 유무, 종류, 강도가 달라진다.

 아이의 수학 실력은 현 학년의 수학 익힘책만 풀어 보아도 답이 나온다. 수학 익힘책을 무리 없이 풀어내는 아이는 한 반에 2~3명밖에 되지 않는다. 전 학기 수학 개념을 확실히 복습하고 ‘왜’를 물었을 때 그 개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후, 기본 개념을 찾아가는 한 학기 정도의 예습은 추천할 만하다. 수학을 잘 못하는 아이는 복습과 예습 비율을 7 : 3으로 하고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복습과 예습의 비율을 3 : 7로 하는 것이 적정하다.

 선행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배운 수학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진도만 빼는 공부가 문제다. 부모는 방학 때 아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교과서와 문제집을 보면서 체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적정한 수준의 문제집을 풀고 있는지, 학원만 왔다갔다 하면서 공부하는 시늉만 하는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방학 원칙 일곱 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방학 원칙 1  창조적인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여유시간을 가져라

 아이에게 며칠은 멍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늦잠이든 컴퓨터 게임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충분히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공부와 무관한 재미있는 책을 마음껏 읽거나, 텔레비전을 실컷 보거나 가족 다 함께 보드게임을 하는 등 여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을 갖지 못한 아이들은 뒤늦게 사춘기와 방황을 맞는다. 물론 그 며칠이 지나고 나서는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무기력한 시간 소비와 창조적 게으름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방학 원칙 2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라

 모든 교사들이 방학 때만큼은 부모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여행을 가는 등 함께하는 시간을 강조했다. 동시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주의할 점을 당부했다.

 “‘원하는 행동’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집중하세요. 원하는 행동에만 집중하면 아이를 다그치게 되죠. 잔소리하는 부모는 아이를 앞서 있는 겁니다. 그래서 뒤따라오는 아이에게 어서 나를 따라오라고, 내가 원하는 행동에 맞추라고 잔소리하는 거죠. 아이의 마음을 얻은 다음에 아이와 이야기해 보고 스스로 지침을 정하도록 하는 게 좋아요. 아이 뒤를 따라가면서 인정하고 감탄해 주세요. 다만 정말 수용할 수 없는 점에 관해서는 긍정 훈육법을 사용하세요. 감정은 따뜻하게 들어 주되 안되는 행동은 단호하게 선을 그어 주세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이의 정서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인성 교육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이의 뒤에서 걸어가는 부모, 그런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방학 원칙 3  도서관과 서점을 내 집 드나들 듯이 하는 독서 여행가가 되어라

 모든 공부는 책 읽기에서 시작해서 책 읽기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교과 공부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한글을 읽을 줄 안다고 독해력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독해력을 다져야 한다. 그런 아이는 모든 교과를 공부할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방학 원칙 4  아이에게 체험은 살아있는 지식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정리된 교과 지식을 받아들이는 아이와 단순히 활자로만 받아들이는 아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또 부모님과 여행을 많이 다닌 아이들이 부모님과 친밀감이 높아서 사춘기를 잘 넘긴다.

 평소에는 바빠서 못하는 체험과 여행을 방학 때 해보자.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갖기, 별 보기, 맛집 투어, 도서관 10개 가보기 등 아이가 흥미로워 할 체험을 아이와 함께 기획해보자.

 방학에 교과 관련 체험학습을 할 때는 아이의 발달 시기, 흥미, 다음 학기의 교과 내용에 비추어 목표를 정하고, 관련 책을 읽고 사전 배경지식을 쌓으며 준비를 한 후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방학 원칙 5  영어, 수학에 신경 써라

 시대가 변하면서 미래 사회의 인재상이 달라지고 있지만 입시 제도에 영어와 수학의 중요성은 바뀌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교실 내에서 수업 방식 역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회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선발’을 위한 ‘평가’가 유지될 것이고, 학생들의 실력을 가려낼 도구

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녀를 이미 대학에 보낸 경력 많은 선생님들, 입시 제도를 직접 겪어 본 선생님들은 모두 영어와 수학 공부에 매진하라고 강조한다.


방학 원칙 6  후회하기 싫으면 예체능을 가르쳐 보자

 “만약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어떻게 키우고 싶으세요?”

 “어떤 점이 가장 후회되세요?”

 위와 같은 질문에 많은 교사들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드는데, 체력도 쌓고 취미 생활도 즐길 수 있는 운동 하나 못 가르친 게 너무 아쉬워요. 중·고등학교에 가면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초등 시절의 문·예·체 경험은 자신만의 재산이 되니, 저처럼 후회하지 말고 꼭 하나쯤은 가르치길 바라요.”라는 선생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방학 원칙 7  스마트폰과 TV 관리를 엄격히 하라

 교사들은 하나같이 방학 때 무의미한 시간을 경계해야 한다며, 스마트폰과 TV,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규칙을 안 지켰을 때 어떤 벌칙을 받을 건지 아이와 대화해 미리 정해 놓는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일정 기간 사용하지 못한다는 등 일관성 있게 규칙을 세운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규칙을 함께 정하되, 그 이후에는 단호한 태도로 철저하게 규칙을 따라야 한다. 디지털 기기만 잘 관리해도 아이가 방학을 훨씬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방학이 예전보다 짧아져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전 학기 수학을 복습하고 다음 학기 수학 내용을 예습하려면 하루에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수학 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에 영어 공부와 책 읽기, 가족끼리 여행, 아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까지 하려면 부모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럴 때일수록 아이와 대화해 아이의 공부 에너지가 방전되지 않으면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범위 내에 서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구분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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