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부터 시작하는 온 가족 책 읽기의 힘 (2019년 6월호)

강현철
2019-05-08
조회수 301

 학부모 강의에 가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입니다.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버려서, 아니면 아이가 너무 커버려서, 그것도 아니면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절망하고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독서습관을 위해 부모님께 바라는 점>이라는 질문에 39.4%의 초등학생들이 ‘평소 부모님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 먼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들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저는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울 때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잔소리를 하고, 남편이 술이라도 한잔 하고 들어오는 날에는 지금이 대체 몇 시냐며 타박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 덕분에 제 삶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라 내편이 되었고, 일터에서는 성과가 났으며, 아이들은 모두가 부러워할 인성에 책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고 있더라고요. 모든 일에 욕심 많은 제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쯤 저희 집이 SKY캐슬 촬영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독서의 중요성이야 다 알고 있지. 하지만 집안 일도 해야 하고, 출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돌봐야 하는데 언제 책을 읽나...’ 라는 생각이 떠오르실 거예요. 맞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의 책 읽기 시간도 확보하고 아이들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온 가족 책 읽기>를 제안합니다. 

 저희 집은 주중에 저녁 9시가 되면 온 가족이 안방이나 거실에 모여 책을 읽습니다. 처음 시작은 저의 책 읽기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서 였는데 이제는 온 가족이 기다릴 만큼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온 가족 책 읽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말씀드릴게요.

 

Q 온 가족 책 읽기란?

 온 가족 책 읽기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한자리에 모여 일정 시간 동안 각자 책을 읽는 가족 독서 시간입니다. 저희 집 온 가족 책 읽기는 송재환 선생님의 <초등고전 읽기혁명>이라는 책에서 배운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매일 가족이 모여 함께 고전 읽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저희는 고전 말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은 거죠. 아이들은 글줄책 또는 그림책 그리고 엄마, 아빠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온 가족 책 읽기 시간은 학기 중에는 20~30분 하고요, 방학 때는 아이들이 원하는만큼 읽습니다. 온 가족 책 읽기 덕분에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일단 집에 들어오면 30분은 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아이들도 바쁘잖아요. 하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조금씩 독서를 하다 보니 어느 새 책 좋아하는 아이가 되더라고요. 온 가족 책 읽기 시간은 저희 가족에게는 축복의 시간입니다.


Q 온 가족 책 읽기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처음에는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해서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해요. 무조건 엄마, 아빠 마음대로 시작하면 아이들이 책 읽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답니다. 의무감에 대충대충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읽을 수도 있으니 아이가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충분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모의 일방적 통보는 절대 안 되고, 이런 걸 해 보고 싶은데 어떤지 의견을 묻고, 얼마나 시간을 내어 읽을지도 아이들과 함께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취학 전 아이에게는 온 가족 책 읽기 시간에 엄마와 아빠, 형제가 돌아가면서 책을 읽어주면 됩니다.


Q 시작과 끝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나요?

 저희 집은 휴대전화 알람 기능을 이용합니다. 알람이 울리면 가족 모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바로 모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행동이에요. 만약 엄마가 설거지를 하는 중인데 컵 하나만 헹구면 끝난다고 가정해 봐요. 보통은 이럴 때 “이것만 헹구고 갈테니 너희들 먼저 가서 읽고 있어”라고 양해를 구하고 설거지를 마치려고 하지요. 하지만 온 가족 책 읽기 시간만큼은 엄마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엄마가 가장 먼저 하던 일을 멈추고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엄마의 행동을 보고 중요성을 인식합니다. 잔소리 백 마디보다 행동 한두 번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Q 처음 온 가족 책 읽기를 시작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30분, 1시간씩 길게 욕심내지 않기를 부탁드려요. 처음에는 1분도 좋고 3분도 좋습니다. 아주 짧게 하면 됩니다. ‘온 가족 책 읽기가 이런 거다’ 정도만 아이들이 이해하면 됩니다. 더 길게 하고 싶다면 엄마만 더 읽으세요. 아이들의 시간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정할거예요. 처음에는 3분으로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분이 되고 10분이 됩니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더 읽고 자겠다고 하죠. 그런 날을 기대하며 처음에는 짧게 짧게 시작하세요.


Q 배우자가 늦게 오거나 TV나 휴대전화를 보는 등 매우 비협조적입니다. 이럴 때 극복하는 

방법은 없나요?

 일반적으로 남편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루 종일 회사 일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는 쉬고 싶을 거예요. 야구나 축구 중계방송도 보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은데 갑자기 책을 읽자고 하면 반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배우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아이를 위해서 당신도 동참해!”라고 하면 서로 마음만 상합니다. 그래서 온 가족 책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배우자와 충분히 의논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참 의사가 없다면 양해를 구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면 잠깐 집 근처 카페나 자동차에 가서 하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건강을 위해 운동, 또는 산책하러 간다고 말하면 좋겠지요. 대부분 처음에는 배우자가 불편해 하다가도 가족들이 꾸준히 온 가족 책 읽기를 진행하면 중간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습니다.


Q 아이들이 만화책(학습만화를 포함한)만 보려 합니다. 온 가족 책 읽기 시간에 만화책이라도 

보게 둘까요?

 학습만화도 엄연히 만화입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다른 책에는 관심이 없고 만화책만 보는 아이라도 온 가족 책 읽기 시간에는 글줄책이나 그림책을 보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 그 외의 시간에는 얼마든지 만화책을 봐도 좋다고 승낙해야죠. 걱정 마세요. 온 가족 책 읽기 시간이 비록 3분이지만 그 시간에 글줄책이나 그림책을 보다 보면 곧 그런 책들도 좋아하게 됩니다. 잠깐 아이 입장을 생각해 볼게요. 아이는 그동안 만화책 볼 때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다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제 엄마 눈치 보지 않고 만화책 볼 시간을 확보하니 좋을 겁니다. ‘만화책은 평소에 보니까 하루에 딱 3분, 5분은 (엄마가 꼭 읽었으면 하니까) 그냥 글줄책 읽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면 ‘글줄책도 만화책만큼 읽을 만하구나’라고 느끼게 되어요. 꾸준함의 힘이지요.


Q 아이의 숙제가 끝나지 않았어요.  그런 날은 그냥 넘어가도 될까요?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내일 당장 학교 과제가 급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온 가족 책 읽기는 물거품이 됩니

다. 그냥 하세요. 온 가족 책 읽기가 끝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숙제를 몇 번 해보면 자연스레 아이들이 깨닫게 됩니다. 미리 해 놔야 한다는 것을요. 저희 집에서도 온 가족 책 읽기를 시작할 때 계속됐던 문제입니다. 그냥 시작해보세요. 어제는 아이 숙제가 안 끝나서, 오늘은 집안 일이 안 끝나서 이렇게 핑계를 대다보면 끝이 없습니다. 일단 시작하세요. 그리고 매일 매일 식사 후에 이를 닦듯 일상의 한 부분처럼 하면 됩니다. 아이의 학원 스케줄이나 과제가 많아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가능한 요일만 정해서 하면 됩니다. 일주일에 2번, 3번도 좋습니다. 단, 그 요일은 반드시, 꾸준히 예외를 두지 말고 하세요. 

 온 가족 책 읽기는 독서 외에도 엄청난 장점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모두 바쁘잖아요.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온 가족 책 읽기를 핑계로 가족이 단 5분이라도 함께 모여서 좋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고요. 아이들과 책 읽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레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소통의 시간이 되는 거죠. 저희 집 둘째아이는 온 가족 책 읽기 시간 덕분에 늦은 나이(?)에 책의 바다에 빠졌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온 가족 책 읽기 시간을 좋아합니다. 

 처음 시작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번 해보면 온 가족 책 읽기의 매력에 푹 빠질 거예요. 

 

 안 된다고 하면 변명이 떠오르고 하고자 하면 길이 보인다! 

  오늘부터 온 가족 책 읽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책 읽는 엄마가 되는 건 물론이고 우리 가족만의 문화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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