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글선생의 글쓰기 비밀수업 - 글 잘 쓰는 아이로 키우기 (2020년 12월호)

한우리
2020-11-30
조회수 229


기록은 글로, 글은 책으로

 큰아들과 친구들은 4년간 저와 수많은 글을 썼습니다. 노트에 끼적인 글도 있고 종이쪼가리에 낙서처럼 휘갈겨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글도 있습니다. 반면 매주 꼬박꼬박 써내려간 원고지는 아이들의 노트에 겹겹이 붙어있죠. 원고지를 보며 작성해준 피드백도 고스란히 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수업을 중간결산하는 차원에서 했던 작업은 이 글을 모아 종이책으로 펴는 일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언제든지 집어 들고 펼칠 수 있는 자기 이름의 책이 있다면 이보다 더 글을 쓰게 만드는 동기는 없다고 믿었습니다.

 개인별 40편 내외의 글을 모아 100여 쪽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제목도 붙이고 표지에는 아이들의 이름을 저자로 올려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큰아들은 키득거리며 지난날의 기록을 들춰봤죠. 단숨에 100쪽을 읽더니 엄마에게 바통을 넘겼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나 하며 자신의 스토리를 더듬었습니다.

 초반의 글은 오탈자는 물론 어법에 맞지 않은 날것 그대로 실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조금씩 좋아지는 글을 스스로 발견했으면 했거든요. 또 글이란 게 아무리 완벽해도 다음 날 보면 연애편지처럼 촌스럽고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엄마아빠가 함께하면 어떨까요? 아이도 한 편,

 엄마아빠도 한편. 일주일에 한 편씩 6개월이면 충분히 책으로 낼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짜투리 글을 모두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자잘한 기록이 모여 글이 되고, 그런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이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세요. 누구나 작가가 되고 싶어 할 테니까요.


엄마아빠가 바로 최고의 글선생

 글쓰기를 지도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장기 레이스죠. 단숨에 되지 않습니다. 마라톤을 넘어 철인삼종에 가까운 고통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꼭 해야 하죠. 시공간을 초월해 글로 말하는 ‘글로말’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쓴 글이 나이며 내 얼굴이고 브랜드거든요. 앞으로 더욱 중시되는 창의력, 소통력, 공감력을 기르는 데도 글쓰기만큼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학업성적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을 관리하는 데도 좋죠. 이 좋은 글쓰기를 옆에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망치고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요!

 부모도 함께 써요. 쓴 글을 바꿔 읽고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한다면 이보다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글쓰기라면 응당 그런 모습이어야 해요. 적어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을 논하라는 머리 아픈 이야기가 아니니 함께 쓰는 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고작 몇 문장이면 충분해요. 5분도 안 걸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쓰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자녀교육만 놓고 봐도 수많은 책들이 ‘엄마표’ 공부를 비롯해 ‘하루 10분’ 아빠독서나 놀이 등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강조합니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부모는 할 일이 너무 많죠. 돈도 벌어야 하고밥도 해야 하고 청소는 물론 빨래도. 그런데 글까지 쓰라니 한가한 소리나 한다고 푸념할 겁니다. 해법은 간단합니다. 엄마아빠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죠. 겁먹지 마세요. 이미 우리 안에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하니까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도 다르지 않아요. 글쓰기를 배우지 않아도 우리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표현해 왔잖아요!


5분이면 충분하다

 배운 적이 없고 써본 적이 없어서 글을 쓰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평생학습관이나 도서관에서 함께 글을 썼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얼마 전 출산한 딸에게, 인생2막을 앞둔 자기 자신에게 마음을 전하죠. 돈에 대한 경험담, 친구가 보고 싶다는 추억담, 한참 어린 선생에게 글쓰기를 배우는 소회까지.

 다진 마늘을 보면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떠오른다는 어느 선생님의 글은 지금도 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집니다. 먼저 떠난 아내에게 걱정 말라며, 두 딸의 결혼으로 자신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한 신사의 글을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이처럼 환상적인 교감이 이뤄지는 데 5분이 채 안 걸립니다. 아이와 함께 주말에 있었던 일을 써보세요. 등굣길이 어떤지 상상하며 몇 문장을 나열해보자고요. 어떤 반찬을 좋아하고 어릴때는 무슨 만화를 즐겨 봤는지 써보세요. 부모님에게 어떤 아들이고 딸이었는지, 또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고백해보는 건 어떨까요? 낯 뜨겁다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쓰기를 지도 하는 건 아이에게도 큰 공부가 되지만 부모에게도 더 없이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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