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글쓰기 비밀수업 - 글쓰는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 (2021년 3월호)

한우리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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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 

- 권귀헌 작가, <초등 글쓰기 비밀수업> 저자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의 공부머리와 이해력, 언어 능력 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능력들은 생각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글을 잘 쓰게 되면 단순히 책만 읽거나 지식을 암기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인지 수준을 갖추게 됩니다. 글 쓰는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다섯 가지 능력을 살펴보겠습니다.


탄탄한 문장력

가장 먼저, 글 쓰는 아이에게는 문장력이 있습니다. 이는 화려한 표현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속 생각을 문자로 정확하게 옮기는 능력을 뜻합니다. 

‘계속 아까 삐쳐서 못 놀아서 그래서 외로웠다.’ 초등 3학년 아이의 문장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이 문장을 쓴 아이는 사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표현하려고 했답니다. “친구랑 놀다가 싸워서 화가 났다. 그래서 혼자 놀았는데 친구가 미안하다고 했지만 기분이 안 풀렸다. 그런데 좀 지나고 보니 자기들끼리 잘 놀고 있더라. 그래서 외로웠다.”

아이의 설명을 들어야 글이 이해가 된다면 그 아이는 문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하지만 귀찮아서, 기억이 안 나서, 생각하기 싫어서 아이들은 대충 쓰고 맙니다. 이런 습관으로는 문장력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몇 주 동안 열심히다듬어 낸 자기소개서가 불과 2~3분 만에 불합격자 더미로 분류되는 이유, 바로 문장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문장력은 소통의 기본입니다. 읽는 문장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 선생님이든 누구든 기본이 안 된 학생이라고 판단하겠죠? 문장력은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만 기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구성력

구성력은 이야기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하는 능력입니다. 뻔한 결론도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 또한 글쓰기로 체득할 수 있습니다. 자기 글을 발표하고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읽는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쓰게 됩니다. 즉,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말이죠. 아직 어린 아이들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아이들이 쓴 글은 꼭 스스로 읽어 보도록 해 주세요. 부모님은 글의 포인트마다 적절한 반응을 보여 주세요. 재미있는 부분에서는 웃어 주고, 긴장되는 부분에서는 숨을 죽이세요. 아이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 이런 태도로 글을 쓸 때 글감들을 흥미롭게 배치하는 능력이 자랍니다.

구성력은 주장하는 글쓰기, 설명하는 글쓰기 등의 논리적인 글쓰기에도 도움을 줍니다. 논리적인 글임에도 불구하고 더 읽고 싶다면, 또 읽으면서 웃게 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놀라운 상상력

글 쓰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이 있습니다. 무관한 듯한 재료를 연결해 한 편의 글에 넣는 게 상상력입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1년은 짧은 소설을 읽은 것처럼 빨리 지나갔어요.” 초등 3학년 아이가 담임 선생님과 헤어지며 이런 내용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제 아들은 아빠의 방귀냄새가 지독하다는 글을 쓰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 냄새를 맡았다면 아마 우리가 졌을 것이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을 소설 읽기에 비유하고, 아빠의 방귀를 400년 전 조선으로 가지고 가는 건 상상력 없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상력이야말로 미래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고 창의성의 원천이 아닐까요?

이런 상상력을 연필 한 자루와 몇 장의 종이만 가지고도 키울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서는 불가능한 게 없습니다. 복잡한 공식을 외우거나 가설을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유독가스에 중독되거나 폭발을 걱정할 필요도 없지요. 맘껏 연결하고 붙이고 이어도 됩니다. 맘에 안 들면 다시 떼거나 버려도 무방합니다. 글쓰기에서는 모든 게 허용됩니다.


부드러운 감수성

글쓰기에 재미가 들면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글감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감수성을 길러 줍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분다. 힘센 나뭇잎은 바람이 무서워 감싸 주지만 힘이 약한 잔디는 바람이 만만하게 보고 날려 버린다. 가족들이 산책을 나왔나 보다. 다 행복해 보인다. 덩달아 참새도 기분이 좋아 짹짹거리며 노래한다.”

초등 5학년 학생이 표현한 공원의 풍경입니다. 글 쓰는 아이는 자신뿐 아니라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연의 변화, 세상의 사건사고에 눈을 뜨고 귀를 열게 됩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마음 따뜻하고 주변과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건 모든 부모의 바람이 아닐까요?


날카로운 질문력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하는 일은 변화와 성장의 출발점입니다. 기존의 결과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면 현 상태에 머물거나 오히려 퇴보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문제를 찾게 해 주는 원동력이 바로 질문입니다.

글을 쓰는 일은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를 ‘물음표와 느낌표의 끝없는 이어달리기’라고 정의합니다. 글을 쓰는 아이는 질문을 만드는 일에 익숙해집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물음표를 붙입니다.

글쓰기로 이 다섯 가지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글쓰기, 생각과 감정을 열어주는 글쓰기를 통해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