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독서 필승(必勝) - 독서를 하면 성적이 오를까? (2021년 1월호)

한우리
2020-12-28
조회수 172


고등학생이 소설책 읽으면 수능 망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학서적이든 교양서적이든 책을 11권 이상 읽은 학생이 1권도 읽지 않은 학생보다 언어영역에서 무려 20점 가까이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또 독서는 언어영역 이외의 과목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수리영역에서 8~9점, 외국어영역에도 12~13점씩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죠.

이러한 결과는 다음의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독서와 신문 읽기가 학생의 성적과 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습니다. 2004년, 고등학교 3학년 4,000명의 독서행태와 수능성적을 분석하고 이들을 추적해 2014년에는 취업실태까지 확인한 건데요. 개인의 독서를 10년이란 기간을 두고, 그것도 4,000명이나 추적했으니 독서의 효과를 입증할 자료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조사 결과 고교 3년, 정확히는 2002년 3월 고등학교 입학 후 조사가 이뤄진 2004년 7월까지 고3 학생들의 독서량은 문학을 기준으로 5권 이하가 46.5%로 가장 많았고 11권 이상을 읽은 학생은 21.3%였습니다. 아쉽게도 1권을 채 읽지 않은 학생이 17.5%에 달했습니다. 교양서적은 절반에 가까운 학생

이(48.8%) 1권도 읽지 않았고, 11권 이상 읽은 학생은 6.9%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독서량이 결국 수능성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내가 영웅이 엄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은 영웅이 엄마는 속이 답답합니다. 소화 문제가 아니라 소설책을 읽는 영웅이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책 좋아하는 아들을 두었다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영웅이 엄마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닙니다.

영어 단어도 외우고 수학 문제라도 하나 풀어야 하는 거 아니니? 키득거리며 책을 읽는 아들에게 마음속으로는 수십 번도 더 건넨 말입니다. 시간이 아깝지 않나요? 다른 친구들은 벌써 1, 2년씩 앞서서 영재반을 준비하는데 영웅이는 이러다가 책만 읽는 바보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게다가 영웅이 아빠는 “읽고 싶은 책 맘껏 읽어라”며 부추기니 엄마 혼자 바보가 된 기분입니다. 영웅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편적인 모습입니다만 강의장에서 받은 질문을 정리하면 이런 그림이 그려집니다. 책을 너무 읽어 걱정이라는 푸념에 다른 참석자들은 부러운 눈빛을 보내지만 그들의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면 속마음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책 읽는 모습을 편하게 지켜보는 엄마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그 책이 소설이라면 “팔자 좋다!”, “숙제 다 했어?”라며 책을 못 보게 막아서기 일쑤죠.

저는 강의 때마다 ‘독서는 특정 교과목이 아니라 기초체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꾸준히 해야 하고,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열변을 토하죠. 아이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를 원한다면 최우량주인 독서에 투자하라고 튀긴 침만 해도 몇 그릇 될 겁니다. 독서만 잘해도 잘 먹고 살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과장이나 헛소리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임에도 부모님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영웅이 엄마와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독서를 오해하지 말 것

물론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는 ‘영향’이라기보다 ‘관계’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합니다. 독서가 성적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에는 고려할 다른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연구에서는 다른 변인을 통제하면서 특정 요인의 영향을 판단하기가 어렵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성적이 독서의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하려면 학생 4,000명의 가정환경, 등하교 시간, 담임선생님의 성향, 학급규모 등 수많은 요소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고 독서량만 다르게 한 상태에서 몇 년을 추적해야 합니다. 이런 설정은 불가능하겠죠?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기에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그 대신 나타난 현상을 분석하며 요소별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의구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학력이 높아 평소에도 학구적인 대화를 하기 때문 아닐까?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교육 등 다른 학습활동이나 지적 지원을 받은 게 아닐까? 타당한 의문입니다만 이 연구에서는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이라는 영향요인을 제외했을 때에도 독서량이 높을수록 높은 수능 성적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상의 연구를 간단히 정리하면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을 모아보니 신기하게도 수능성적이 조금 더 높더라.”입니다.


독서를 허락하고 즐기게 할 것

한국의 교육제도는 교과와 무관한 독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소설을 읽거나 과학잡지라도 읽고 있으면 “한가하구나, 시간이 많구나” 비아냥거립니다. 왜냐하면 독서의 효과를 제대로 알고 있는 혹은, 경험한 어른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독서경험은 사고력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키며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책에 담긴 은유적 표현, 역동적 서사와 구성 등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러주죠. 또한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질문력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러므로 독서경험이 풍부하면 공부는 물론 취업에도 유리합니다.

성적과 독서량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더더욱 공부와 독서를 연결시키려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하지만 독서는 그 자체로 즐거움이며, 분야를 막론하고 아이의 사고력과 언어능력을 길러줍니다. 이제는 아이가 소설책을 읽어도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바른 방향으로 아주 잘 걸어가고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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