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글쓰기 필승(必勝) - 초등 시기 더욱 글을 자주 써야 하는 이유(2021년 2월호)

한우리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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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에 대해서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전하려면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 감정, 의견이 분명하지 않은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똑바로 전달하는 게 가능할까요?

간혹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봅니다. “잘 알고 있는데 글로 쓰려면 잘 안돼.” 이 사람, 정말 잘 아는 걸까요? 안타깝지만 쓸 수 없다는 건 잘 모른다는 증거입니다. 머릿속이 알짜배기 정보로 가득 찼다고 해도 적절한 단어와 문장에 담아 눈앞에 꺼내놓지 못한다면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말은 청산유수인데 곰곰이 따지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듯하게 포장만 한 거죠. 이 모두 잘 알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자기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거창한 주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정책 같은 전문분야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평소에 접하는 일상의 주제도 낯섭니다.

한번 볼까요?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중에도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친절하지 않은 식당 종업원에게 짜증이 나고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이웃 때문에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습니다. 말끝마다 욕설을 내뱉는 아이가 이제 겨우 열두 살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부모가 뉴스에 나올 때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경험이지만 이런 문제들은 친절함이나 소비자의 권리, 민주시민 의식 또는 공공질서, 언어습관과 인격의 형성, 가족과 인권 등에 대한 생각을 키워나갈 좋은 씨앗이 됩니다. 굳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탐색해보는 건 중요합니다. 경험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곧 나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형성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과정이 없다면 나이만 먹을 뿐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 모든 일이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무렇지 않은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 나는 불친절한 사람들을 봐도 아무렇지 않을까, 왜 나는 어린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하는데도 별생각이 안 들까, 왜 나는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이웃의 행동을 보고도 화가 나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나에 대해서, 나는 왜 그런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세요. 이 과정이 곧 ‘생각’을 만듭니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연습’입니다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첫 번째로 독서를 듭니다. 많은 정보, 타인의 생각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을 만들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비롯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먼저라고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뉴스를 본다고 그걸 다시 정리해 말할 수 있을까요?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읽기와 듣기로 정보를 습득했다면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험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보세요. 연습장에 끝없이 쓰고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립니다. 더 잘 이해하고 더 분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쓰고 말하는 겁니다.

말하기와 쓰기 중에서도 쓰기가 먼저입니다. 게다가 자기 생각과 감정은 누가 알려주지 않습니다. 책에서 볼 수도 없죠. 자기 자신만이 그것을 꺼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써야 합니다.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면 먼저 내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쓰는 행위가 필수이죠. 잘 쓰는 사람은 말도 잘합니다. 이미 쓰면서 자신의 언어로 정리를 해놨으니까요. 누가 써놓은 글을 읽기만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정보를 능가하는 것은 굳건한 가치와 철학이니까요.


글은 일상의 자잘한 경험과 흥겨운 상상에서 출발!

이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볼까요? 아이들은 ‘학생’이 되고 나면 끝없이 제공되는 정보를 습득하느라 느낄 틈도 없고 자기 생각을 만들어갈 시간도 부족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뭔가를 배우면 그걸 이해하고 암기하는 데 모든 신경을 쏟습니다. 독서도 그런 활동의 일부에 불과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초등 시기부터 진짜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자기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학습 노트를 짜임새 있게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나,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아이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생활 이야기나 재미난 상상을 키워가는 글쓰기입니다. 아이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아주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보는 연습을 하자는 겁니다.

엄마가 만든 스파게티를 먹은 것, 친구와 장난감 때문에 다툰 일, 생일 선물을 받아 기분 좋았던 날, 아파서 힘들었던 경험, 무인도를 탈출하는 주인공의 분투기, 내가 만들어낸 최강의 캐릭터 등을 글로 써보는 거죠.

짧게라도 쓸 수 있다면 어떤 나이든 글을 쓸 때가 된 겁니다.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단어로 어설프지만 자기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물이야 가득차면 넘치겠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이 정보로 가득 찬다고 생각이라는 게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거기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자기 생각을 다듬고 만들어가는 습관, 그게 바로 글을 쓰는 일입니다. 일상의 자잘한 경험, 흥겨운 상상에서 출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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