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선생님의 성장일기엄마선생님의 성장일기 <6> 나는 집으로 출근하는 워킹맘! (2021년 2월호)

한우리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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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선생님의 성장일기> 코너는 한우리 교사가 엄마이자 선생님으로서 경험하는 성장 과정과 이를 통해 느낀 점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자녀·서독 교육 에세이입니다.

* 김옥남 선생님은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용인기흥지부 소속으로 활동 중인 한우리 교사입니다. 前 초등 도서 출판 편집자, 現 한우리교 사의 경험을 살려 신문사에 ‘그림책 산책’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집에서 일하는데 왜 외출복을 입어?”

독서지도사가 되어 홈클럽 교실을 열고 주위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집에서 일하니까 편하고 좋겠다. 안 그래?” 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출근길 교통난을 겪지 않아도 되며, 눈치 볼 상사가 없으니 편할 거라고 지레짐작합니다. 처음에는 저희 아이들 역시 종종 유치원에 가기 싫을 때 ‘나도 엄마처럼 집에 있고 싶다’고 떼를 썼어요.

하지만 실상은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과 사를 구별하기 위해 저 스스로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했습니다. 성격상 어떤 일이든 정리정돈부터 해야 집중이 되는 편이라, 독서지도사 활동 초기에는 눈앞에 쌓인 집안일을 외면한 채 곧바로 업무 모드로 전환하는 게 어려웠어요. ‘이거(집안일) 먼저 할까, 저거(업무) 먼저 할까?’ 고민하는 데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기에 차라리 규칙을 정하자 싶었습니다.

첫째, 저는 수업이 있는 날이든 없는 날이든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선생님’ 복장을 갖춰 입었습니다. 청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기에 집안일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희미해졌어요. 이렇게 하니 ‘일은 하는데 회사에는 가지 않는 엄마’를 아리송한 눈으로 보던 아이들의 인식도 서서히 바뀌었죠. 아이들에게 제 직업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어요. “엄마는 집에서 일하는데 왜 외출복을 입어? 아, 엄마는 선생님도 되고 사장님도 되니까?” 금방이라도 출근할 것 같은 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의 등원 투정도 저절로 수그러들었습니다.

둘째, ‘집안일은 수업이 끝난 후에 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갔습니다. 처음엔 집안일과 수업 둘 다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체력 소모가 상당했어요. 하지만 일을 시작했으니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오전에는 되도록 교재 연구와 수업 준비, 강의 수강 등 업무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방 정리정돈 외의 집안일은 수업이 모두 끝난 후 굵고 짧게 집중적으로 했어요. 가족 식사만큼은 소홀히 할 수 없어 식사 준비를 우선순위에 두고 나머지는 틈틈이 해나갔어요. 저녁 시간에 가족의 손을 빌리기도 하고요. 뜻밖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워킹맘에게도 소속감이 필요해요

첫 회원이 들어온 후 감사하게도 하나둘 회원이 늘어나더니 어느덧 주중을 꽉 채우는 규칙적인 수업 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큰 무리 없이 엄마, 그리고 독서지도사 각각의 역할을 소화해내게 되었죠.

하지만 혼자 집에서 집으로 출근했다가 다시 집으로 퇴근하고, 또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루틴을 보내며 때때로 적막하기도 했어요. 가치 있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는 자부심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것도 분명한데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맞아요, 소속감 같은 것이 필요했죠. 그 갈증을 채워준 건, 동료 교사들과의 스터디였습니다.



코로나 19로 계속 미뤄진 스터디에 처음으로 참석하던 날, 저는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는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꼬박꼬박 화상 회의에 참여하면서 한우리 선생님으로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두 시간이지만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른 채 동료 교사들과 열렬하게 독서 지도 사례를 공유하고, 수업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나 연구하면서 새로운 동력이 제 안에서 꿈틀댔습니다. 어떤 주에는 과제가 어려워 밤잠을 설치고, 어떤 주에는 부담스러운 발표를 앞두고 떨기도 했지만, 현재의 저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을 얻는 요즘입니다. ‘선생님으로서, 또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서 멀리 나아가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뭘까?’ 언제나 고민입니다. 저는 멀리가기 위해 천천히 제 길을 갑니다. 제 실력을 키워가면서, 제 일과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모두 열심히 지켜나가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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