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선생님의 성장일기엄마선생님의 성장일기 <5> "엄마는 선생님인데 왜 매일 공부해?" (2021년 1월호)

한우리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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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선생님의 성장일기> 코너는 한우리 교사가 엄마이자 선생님으로서 경험하는 성장 과정과 이를 통해 느낀 점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자녀·독서 교육 에세이입니다.

*김옥남 선생님은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용인기흥지부 소속으로 활동 중인 한우리 교사입니다. 前 초등 도서 출판 편집자, 現 한우리 교사의 경험을 살려 신문사에 ‘그림책 산책’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마흔 직전, ‘가슴 뛰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 어느 해보다 아쉬움이 컸던 2020년, 마무리 잘하셨나요? 혹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자책하시나요? 여느 때 같으면 저 역시 ‘무의미하게 나이만 한 살 더 먹었네’ 싶어 꽤 울적했을 거예요. 게다가 올해 제 나이가 마흔. ‘벌써 마흔?’이라는 생각에 가만히 지난 2020년을 돌아봤습니다.

제 지난해에는 큰 도전이 있었습니다. ‘애들 더 키워놓고 조금 더 준비되면 해야지’라고 다짐했던 독서지도사 활동을 용기 내 시작한 것인데요. 그런데 대면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에 저의 시작을 주위에 알리기가 어려웠죠. ‘그저 우리 아이들 독서교육에만 만족해야 하나? 다른 아이들의 수업은?’ 몇 달째 가시적인 보람이 없자 조급함이 밀려왔습니다. 과정을 즐기기보다 선생님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앞섰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할머니와 주고받은 대화를 전해 듣고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감염병 때문에 학생이 없겠다는 할머니의 말에 첫째 아이가 “아니요? 두 명이나 있어요. 쟤하고 나. 우리 주말마다 한우리 수업해요.”라고 대답했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이들은 이미 저를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고 엄마에게 배운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래, 힘내자! ‘평생회원’이 벌써 둘이나 있는데!’ 아이의 한마디에 급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맞아, 아들. 엄마선생님은 아직도 공부할 게 많아

독서지도사 활동 초창기, 그러니까 저희 아이들만 가르치던 무렵의 저는 ‘이따 애들 자면 영화 한 편 봐야지, 책도 좀 읽어야지.’ 하며 밤에 하고 싶은 일을 남겨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평소보다 조금만 늦게 자도 예민해지기 일쑤였죠. 하지만 회원이 늘어나면서 생활패턴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총 다섯 단계의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매주 읽어야 하는 책만 5권. 유치 아이들 대상의 얇은 그림책부터 고학년 논픽션까지 두루 읽고 수업 준비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만만한 일은 아니었어요. 수업 준비에만 하루 최소 2시간씩은 걸리니까요. 처음에는 저녁에 수업 준비를 했는데 종종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같이 잠들기도 하고, 아무래도 저녁은 긴장이 풀리는 시간이다 보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벽 시간을 사수하기로 했죠. 몸에 익은 모든 습관이 그렇듯 기상 시간을 당기는 데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다음 날 수업을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다리 뻗고 잘 수 없는 성격이라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새벽 어둠을 뚫고 공부방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잠귀 밝은 둘째! “엄마 지금 밤이야? 새벽이야? 엄마 책 읽으려고 일찍 일어나는 거야?” 아뿔싸, 더 자라고 해도 엄마와 단둘이 깨어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아이는 잠보다 저를 택하더라고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억지로 재울 순 없어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엄마가 형님들 수업하려면 매일 이렇게 준비해야 해. 그러니까 더 안 자려면 조용히 너 하고 싶은 거 해.” 그날부터 아이는 오로지 엄마 옆에 있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아침 독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엄마는 선생님인데 왜 매일 공부를 해? 아직도 배울 게 있어?”라는 질문을 툭툭 던지면서 말이에요.


나도 모르는 새, 엄마 따라 바뀐 아이들 일상

엄마가 선생님이 되는 과정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지켜본 덕일까요? 제 일을 부족함 없이 해내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 어느새 서서히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1박 2일로 떠난 여행지에서의 아침, 둘째 아이가 잠에서 깨자마자 말했습니다. “엄마, 오늘 한우리 하는 날이지?” 저를 포함한 나머지 가족 모두 놀라 눈동자가 커졌죠. “어? 그렇긴 한데, 여행할 때는 신나게 놀고 싶어서 책 안 가져왔는데?”라고 제가 대답했어요. “아니지, 그래도 한우리는 해야지! 오늘 2차시 수업이잖아!”

아이가 얼마나 대견하던지, 전 또 얼마나 머쓱하던지요.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려고 서점을 찾아가 마음에 드는 책도 고르고, 다음 여행엔 한우리 책을 꼭 챙겨 가기로 약속했답니다.

또 독서 스탬프 100개를 채운 기념으로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고르던 날에도 둘째 아이는 기특한 제안을 하더라고요. “엄마도 선물 하나 골라. 이 100권 엄마가 읽어준 거잖아.” 말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용돈을 내어주며 제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주었어요.

또 첫째 아이의 수업 욕심은 제 가슴을 뛰게 하는데요. “엄마, 나는 주말 말고 평일 저녁에 한우리 하고 싶어. 우리끼리 조용히~” 동생이 잠들고 나서 수업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미리 수업 시간을 예약하더라고요. 가르친 사람은 저인데 어쩐지 제가 더 많이 배운 것 같은 지난 1년. 올해에는 그 알토란 같은 경험을 징검다리 삼아 더 많은 아이와 독서교육의 참맛을 느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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